아트스페이스펄(대구 중구 명덕로35길 26)이 창작의 열정이 피어나고 감각이 회복하는 계절, 봄을 주제로 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김건예, 김미련, 최영 작가가 참여한다. 기존에 인물 위주의 작업을 해온 김건예 작가는 시선을 자연 풍경으로 돌렸다. 마치 산불에 타버린 듯한 검은 나무 숲과 민둥산을 표현해, 자연을 파괴하고 기후 문제를 야기하는 인간들의 이기심에 대해 경각심을 주고자 한 것.
그는 "최대한 컨셉을 부여하면서, 그림이 너무 어둡지 않게 미적 요소를 가져가고자 했다. 묘한 느낌의 푸른색, 형광색을 활동감 있는 붓질로 그려낸 것도 그 이유다. 어쩌면 자연 파괴를 여기서 멈추고 이 정도나마 유지하는 것이 희망적일 수 있다는 얘기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에 변화를 주고자 한 지난 1년간, 그림 인생에서 가장 힘들 정도로 많은 고민을 했다. 지금은 내 것을 찾아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주제를 유지하면서 가장 변하지 않는 자연인 산맥에 대한 얘기도 하고싶다"고 했다.
김미련 작가는 실제 선거 포스터를 수십장 겹쳐서 붙이고 그라인더로 갈아낸 '선거의 피부'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에는 그 시대의 역사성과 장소성, 시간성과 작가의 갈아내는 수행 과정이 담겨있다.
이렇게 여러겹을 쌓아 갈아낸 시리즈 작품의 소재는 그가 전시했던 도록과 엽서, 족보, 삐라 등 다양하다. 작품이 팔리지 않고 도록과 엽서만 쌓여가는 작가로서의 정체성, 가부장적인 가정 속에서 받은 상처, 선량한 국민을 피해자로 만드는 일방적인 이념 홍보 등 모두 그가 생각하는 현실에 대한 냉소가 묻어난 작품들이다.
그는 "작품의 앞면은 아름다워보일지 몰라도, 뒷면은 정치적 갈등과 반항 등 불편한 진실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조금 동떨어져서 보면 아름다운 현실도 뒷면은 조악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영 작가는 이 시대의 회화의 개념에 대한 고민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그는 "이미지 과잉 시대 속, 화질이 곧 계급처럼 느껴진다. 모노톤의 저화질의 이미지를 프린트해 캔버스에 붙이고 피부의 각질을 벗기듯 손으로 밀어 겹을 벗겨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주름의 흔적은 새로운 회화성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에서 차용한 이미지 위에 선명한 색의 선, 면은 마우스의 궤적과 파동을 뜻한다. 그는 "붓 대신 마우스를 들고 그리는 지금 시대의 화가에 대한 생각을 표현했다. 파스텔톤의 색감으로 봄의 느낌을 더했다"고 했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코로나 팬데믹 그림자 속에서 켜켜이 쌓인 모호한 현실을 깎고,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린 작품들을 선보인다"며 "이러한 창작 과정에서 투영된 불안과 미래에 대한 회의, 희망이 교차해 탄생한 색다른 풍경들을 볼 수 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는 19일까지. 053-651-6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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