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제철 맞은 장날입니다

김진영 지음/ 상상출판 펴냄

오일장의 모습. 연합뉴스
오일장의 모습. 연합뉴스

28년차 식품 MD이자, 4년째 전국의 오일장을 누비는 김진영 씨가 그의 오일장 여정을 담은 세 번째 책을 내놓았다. 2021년 '오는 날이 장날입니다', 2022년 '가는 날이 제철입니다'에 이은 연작이다. 이번 책에서는 전작에 다 담지 못한 지역들을 더하고, 불빛이 점차 사그라드는 작은 지방 장터에서 찾아낸 맛까지 골고루 담았다.

이번 책은 남도의 이른 봄에 찾은 강진 오일장으로부터 시작한다. 이곳에서 만난 '별꽃나물'. 지은이는 커다란 바구니에 담긴 나물을 5천원 주고 산 뒤 집에 돌아와 된장 양념에 조무조물 무쳤다. 미나리 씹을 때와 비슷하게 여린 향이 살짝 난다. 참외와 가야산으로 유명한 경북 성주에선 흔치 않는 '꿩탕'을 먹어봤다. 구수한 맛이 일품인 토종닭뭇국과는 달리 꿩탕은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부산 기장시장에서는 배추의 뿌리에서 자라난 새순 '겨울채'와 벌레문치(장치) 못지않게 못생긴 '고랑치'에 사로잡힌다.

'나물전은 밀가루 옷이 많아서는 안 된다. 밀가루의 질감이 나물의 식감을 방해한다. 나물과 나물이 붙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반죽이면 족하다. 기름을 살짝 두르고 전을 부쳤다. 제피는 향긋하다. 특유의 얼얼하면서 시원한 향이 스치듯 지난다. 이런 느낌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느낌을 사랑한다. 오가피는 묵직한 존재감을 내면서도 달곰 쌉싸름함이 일품이었다. 스쳐 지나는 봄을 잠시 붙잡고는 "봄을 부쳤다". 계절 음식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56쪽 '스쳐 지나는 봄을 붙잡아 부쳐 낸 나물전' 중에서)

지은이는 봄을 시작으로 여름과 가을, 겨울 등 4계절에 어울리는 제철거리를 장터에서 찾아 맛깔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장터와 계절을 같이 봐야 이 책은 더 맛있다'는 지은이의 지론을 위의 예시처럼 구수하면서 생생한 글로 표현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성한 사진은 덤이다.

이 책은 제철 식재료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니 만큼 그 계절에 무엇이 가장 맛있는지 찾아보기 쉽도록 구성했다. 봄에 느껴지는 쌉싸름하고 달곰한 봄나물의 맛은 어디서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지, 다른 계절에 비해 맛이 드는 식재료가 적은 여름에는 어느 장터를 찾아야 진정한 제철을 맛볼 수 있는지,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에 유독 맛있는 먹거리는 무엇인지, 겨울 바다에서 많은 사람이 찾는 곰치국 말고도 살이 올라 풍성한 맛을 자랑하는 생선은 어떤 게 있는지 등 각 계절에 맛보면 좋은 먹거리를 알려준다.

지방소멸이 전국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인구 감소로 인해 오일장 또한 점차 상설시장으로 대체되거나 아예 사라지고 있다. 전국팔도의 장터를 취재하며 지방소멸 문제에 깊게 공감하는 지은이는 '닫는 글'에서 '고향세'(고향사랑기부제)를 언급하기도 한다. 333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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