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통장만 스치는 월급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어서 와요/ 곧 떠나겠지만/ 잠시나마 즐거웠어요/ 잘 가세요/ 하지만 다음엔/ 좀 오래오래 머물다 가요… 난 매일 손꼽아 기다려/ 한 달에 한 번 그댈 보는 날/ 가난한 내 마음을/ 가득히 채워 줘/ 눈 깜짝하면 사라지지만."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의 노랫말 일부이다. 가수 스텔라 장이 화장품 회사 인턴 시절, 월급을 손꼽아 기다렸던 경험을 노래한 것이다. 월급을 의인화해 자신의 희망을 익살스럽게 얘기한다. 현실은 서글프나, 리듬은 경쾌하다. 2017년 봄에 발표된 이 노래는 MZ세대 직장인들의 심정을 대변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월급이 통장을 스치는 현실'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구 지출의 27%가 세금이나 이자를 내는 데 사용됐다. 전체 가계지출 월평균 359만1천 원에서 비소비지출(95만1천 원)의 비중이 26.5%로 전년(26.1%)보다 높아졌다. 금액으로는 8% 늘었다. 1인 가구 포함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래 연간 기준으로는 가장 높다. 비소비지출은 이자, 세금, 사회보험료 등을 포함한다. 비소비지출이 많아지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준다. 즉, 소비나 저축에 쓸 돈이 감소한다는 뜻. 비소비지출 비중은 5년 전인 2017년에는 22.9%였다.

직장인의 실질임금도 줄었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 같다. 지난해 명세서에 표시된 직장인 월급은 평균 18만 원 정도 올랐다. 그런데 급등한 물가를 반영하면, 실제로 월급은 7천 원 줄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12월 누계 명목임금은 근로자 1인당 월평균 386만9천 원. 전년 대비 4.9%(18만1천 원) 올랐다. 그러나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359만2천 원으로 전년보다 0.2%(7천 원) 감소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5.1% 올랐지만, 임금상승률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연간 실질임금 감소는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실질임금 감소는 임금 수준이 낮은 중소기업 직장인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준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3.5%로 전망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한은 전망치보다 높게 잡고 있다. 월급 빼고 다 오르고, 그 월급마저 통장을 스칠 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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