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하·폐수처리장 통합 지하화 사업

한국물기술인증원 민경석 원장

민경석 한국물기술인증원장
민경석 한국물기술인증원장

한국물기술인증원은 우리나라 유일한 물 관련 인증기관으로 2019년 11월에 환경부 산하기관으로 개원하였다. 주요 기능은 물관리 기술과 제품의 위생 안전 및 성능 적합 인증이다. 장래 목표는 선진국과 상호 인증을 달성하여, 물 기업의 해외 진출에 일조를 하는 것이다. 국내 인증만으로도 해외 진출을 하고 있으나, 주로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중·후진국 시장이다. 이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인증 제도 활성화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것은 환경부와 한국물기술인증원 몫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내 인증을 받은 물 기술과 제품의 적용 실적이다. 세계 어디에서나 견학을 오게 만드는, 최고의 혁신 기술을 적용한 환경기초시설에서의 국내 물 기업의 실적은 금상첨화이다. 이것이 바로 물 기업의 해외진출과 물산업 육성의 핵심이다. 따라서 현재 대구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대구 역세권 개발 사업 중에 핵심인 하·폐수처리장 통합 지하화 사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통합 지하화 사업은 노후한 달서천 및 북부하수처리장과 염색폐수처리장을 통합하여, 현 북부하수처리장 위치에 통합하여 지하화하는 것이다. 상부는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 시설 등으로 활용 가능하며, 현 달서천 하수처리장과 염색폐수처리장은 이전이 완료되면 역세권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민간 자본이 투자되는 하·폐수처리장 통합 지하화 사업은 지하화로 인한 토목공사비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집적화 공정으로 시설비를 크게 절감해야 한다. 또한 탄소중립을 지향하고, 막대한 운전 비용이 드는 처리장 운영비를 크게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처리장의 에너지 자립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립도 수준은 약 10% 이하인데, 선진국의 경우는 100%를 넘는 곳이 많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선진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에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르게 폭넓은 국내외 전문가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하·폐수처리장의 에너지 자립도는 사용하는 에너지와 자체 생산한 에너지로 산정한다. 생산 에너지는 하수 슬러지 등 유기성폐기물을 혐기성 발효해서 생산하는 바이오가스인데, 여기에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포함하지 않는다.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서, 국내에서는 유입 펌프 고성능 인버터 제어 운전, 공기 공급 최적화 시설 도입, 고효율 탈수기 도입 등 에너지 고효율 기기 도입에 국한하고 있는데, 이는 제한적이다. 선진국에서는 기기의 고효율화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크게 줄이기 위해 개발한 처리 공정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적용하고 있다. 이것이 최고의 혁신 격차 기술이다.

대구시에서 추진 중인 하·폐수처리장 통합 지하화 사업은 아쉽게도 수질 개선은 물론 에너지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는 처리 공정 도입과는 거리가 멀다. 하수처리장 1차 처리 공정만 집적화(콤팩트) 공정을 도입했을 뿐, 염색 폐수 처리를 포함한 나머지 전체 공정은 기존 공정을 그대로 도입하여, 전혀 혁신적인 공정으로 보기 어렵다. 이를 보러올 국내외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원인은 민간투자 기업의 전문성 부족과 순환보직으로 인한 대구시 전담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이다. 이러한 부족한 면을 채울 수 있는 국내외 전문가의 활용 또한 매우 미흡한 것 같다. 정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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