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코로나19 시국이 시작된 이후 사실상 기능이 정지됐던 동아리 가두 모집이 2023년 재개됐다. 오랜 기간 기다렸다는 듯 면대면 모집이 가능해지면서 개성 있는 동아리들은 신입생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8일 계명대 성서캠퍼스 동아리 가두 모집 부스에서 만난 '차명상둥지'는 2009년 생긴 동아리라고 했다. 이름대로라면 각종 차(茶)를 마시며 명상을 한다는 동아리지만 얄팍한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 등을 고려하면 고급 보이차 등은 음미 대상이 아니었다. 주로 홍차, 그린티 등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차를 중심으로 각종 향이 가미된 차를 공유하며 신입생 모집에 나선 터였다.
무엇을 마시느냐보다 누구와 마시느냐가 정체성을 결정하는 법이다. 여럿이 함께 차를 즐긴다는 '차명상둥지'는 5~6명이 한 조를 이뤄 차를 마시기에 최대 60명 정도의 정원을 유지하려 애쓴다고 했다. 하지만 3년 만에 재개된 동아리 가두 모집의 위력이었을까. 매일 20명 이상 가입 신청을 하는 바람에 닷새 동안 100명이 넘는 신입생이 몰렸다. 동아리 가입 면접을 따로 봐야 했을 정도. 동아리 절멸기라느니, 개인주의가 우선인 MZ세대의 특성이라느니, 코로나 탓에 모이질 않는다느니 하는 말들은 이곳에서 철저히 배격됐다.
커피맛을 아는 10대들이 대학에 입학하며 '차명상둥지'의 저변 역시 탄탄해진 듯했다. 하긴 달달한 밀크커피로 대변되던 자판기가 밀려나고 캡슐형 커피 자판기가 그 자리에 섰으니 풍미를 가려 즐기려는 미각의 진화는 분명해 보였다.
동아리에 들어오게 되면 스리랑카 유명 브랜드가 판매하는 홍차 제품, 싱가포르 유명 브랜드의 그린티 등이 첫 차로 신입생을 맞는다고 한다. 동아리 방에서 직접 가져온 차를 나눠 마시기도 하지만, 맛있는 차나 특이한 차가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점점 차를 즐기는 수준이 오를수록 비싼 브랜드를 찾지 않을까 하는 추측은 보기 좋게 틀린다. 동아리 회장인 조수현 씨는 "각자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고 차에 대한 지식을 나누는 분위기"라며 "차에 해박한 이들의 지식을 공유하고 차를 즐겨 마시면서 경험을 늘려간다"고 설명했다.
차를 즐기는 동아리라고 해서 술을 안 마시는 건 아니다. 다만 개인의 선택 영역에 둔다. 동아리 회원 송미정 씨는 "지금까지 마셔본 차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색다른 경험으로는 이슬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동아리 경험을 살려 차 관련 기업에 입사한 선배들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2009년 생긴 동아리라 오래 전 선배들 중에 그런 경우가 있었는지는 정확히 모르나 아직은 없는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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