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근 보험사 사무실에서 유사 범죄가 발생해 직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방화 예비 혐의로 입건된 50대 남성 피의자는 이미 보험사기 혐의로도 경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오후 3시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보험사 출입문에는 '상담 민원은 꼭 2층 고객센터로 가라'는 안내가 이곳저곳 붙어있었다. 잠긴 문을 열어준 직원은 "어제 일로 도어락을 다시 제대로 설치하느라 돈이 많이 들었다"며 허탈하게 웃기만 했다.
전날 오후 4시쯤 이곳에서 시너를 뿌린 혐의(현주건조물방화예비)로 A씨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교통사고 합의금 처리에 불만을 드러내며 생수통에 담아온 시너를 뿌린 뒤 불을 붙이려고 했다. 다행히 A씨가 라이터를 꺼내기 전 여러 직원들이 달려들어 참사를 막았다.
보험사 직원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교통사고가 났다며 보험금을 요구한 A씨는 2주 만인 지난 3일 또 다른 교통사고가 났다며 보험처리를 요청했다. 보험사기를 의심한 보험사가 '보험사기방지 특례법'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보류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눈앞에서 살해 위협을 받은 직원들은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A씨가 뿌린 시너를 온몸으로 뒤집어쓴 직원 B씨는 "동료 직원들이 없었다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출입구도 하나뿐이고 고층이라 불이 났으면 여기 있는 직원들 모두 끔찍한 화를 입었을 수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일 뿐인데 왜 죽음의 공포를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A씨는 2주 전에도 '시너 들고 찾아가겠다'고 보험사를 협박했다. 또 다른 직원 C씨는 "A씨의 연락에 2주 동안 불안에 떨었다"며 "지난해 인근 변호사 사무실에서 방화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직원들 모두 단순한 협박에도 공포를 느낀다"고 말했다.
직원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년간 100회에 걸쳐서 모두 1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직원들은 A씨가 고의로 차선을 변경해 사고를 유발하거나, 차량에 일부러 몸을 부딪치는 이른바 '손목치기' 수법으로 합의금을 수령했다고 말했다.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경찰은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었던 심각한 범죄"라며 "이미 여러 보험사에서 자동차 보험사기 혐의로 A씨를 고발한 사건이 십여 건이 넘는다. 방화 예비 혐의와 보험사기 혐의를 연계해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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