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고교 재경총동문회 탐방] (18) 대구과학고 "소수정예 맨파워로 한국사회 이끈다"

선배 모바일 게임사+후배 K-POP 플랫폼 '동문 협업'
35년간 과학인재 양성 집중…100여명 IT 분야 모임 활발
헤어질 땐 교가 부르며 인사
크래프톤 의장 장병규 배출…공직·법조·의료 리더도 다수

2017년 대구 모교에서 대구과학고 개교 3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총동문회 제공
2017년 대구 모교에서 대구과학고 개교 3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총동문회 제공
대구과학고 교표
대구과학고 교표

개 교 : 1987년 10월 26일

설립형태 : 공립

교 훈 : 자율(自律) 협동(協同) 애국(愛國)

주요 배출 동문 :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2기),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6기), 안익진 몰로코 대표(7기)

소 재 지 : 대구광역시 수성구 동대구로 154

국가 과학인재 양성이라는 간단치 않은 목표로 1988년 개교한 대구과학고는 지난 35년간 3천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들은 국내·외를 넘나들며 과학계는 물론 법조계, 의료계, IT업계, 창업 생태계 등을 주도하는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국회, 감사원,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공직 진출 동문도 다수가 있다.

동문들 상당수는 서울을 중심으로 정착했고 재경동문회가 곧 총동문회 역할을 하는 게 특징이다. 박민규 대구과학고 총동문회장(재경총동문회장·1기)은 "주로 카이스트에 가거나 일부는 포항공대로 진학했지만 나머지는 서울 주요 대학으로 갔다. 의대 외에는 대구에 남은 경우가 잘 없었으니, 학교는 대구에 있지만 재구동문회가 별도로 있는 형태"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 학년 인원이 100여 명으로 소수정예인 데다 역사가 30여 년으로 길지 않아 다른 고교 동문회와 비교하면 인원이 적은 편"이라며 "하지만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동문들의 맨파워는 상당하다"고 자랑했다.

고교시절 수학여행을 가서도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했고, 밤 12시 학교건물 소등이 된 뒤 화장실 불빛에 의지해 공부할 정도로 학구열과 집념이 대단했던 게 대구과학고 동문들의 기질이다.

이는 벤처기업 운영, 스타트업 창업이라는 만만치 않은 영역에서 다수 동문이 활약을 펼치는 에너지가 됐다.

문재인 정부시절 4차산업혁명위원장을 지냈던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2기)은 대구과학고가 배출한 대표 동문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유명한 퓨리오사AI의 백준호 대표(6기), 애드테크(광고기술) 대표 유니콘 기업 몰로코의 안익진 대표(7기)도 업계에서 주목받는 동문이다.

박민규 회장은 "동문들이 서로 끌어주고 협업하며 활발히 소통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대구과학고 동문들은 학창시절 내신성적이 아니라 수능성적으로 진학했던 덕에 중간·기말고사 부담이 없었고 자연스럽게 동급생 간 경쟁 의식도 덜했다. 이는 동문들 서로가 뭉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모바일 게임 회사 컴투스 송재준 대표(7기)는 지난해 후배 이재석(13기) 대표가 이끄는 케이팝 공연 플랫폼인 마이뮤직테이스트를 인수해 동문 간 협업의 모습도 모여줬다고 박 회장은 전했다.

그는 "100여 명 IT 분야 동문이 모임을 자주하며 활발히 활동한다. 또 법조와 의료, 금융, 바이오, 공직 등 여러 분야에서 동문들이 활동하고 있다. 과학고 출신이라고 과학이나 연구개발 분야에만 종사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창업 동문들 외에도 각 분야에 워낙 훌륭한 동문들이 많아 일일이 소개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부연했다. 과학고에서 배운 지식들이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 제공이나 연구하는 의사 과학자로 성장하는 등 융합형 리더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도 더했다.

대구과학고 동문들은 직역(職域)별 소모임을 중심으로 활발히 인연을 맺고 있다. 하지만 40~50대 중심의 젊은 동문회여서 아직 모임의 틀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기성 동문회들이 으레 벌이는 신년회나 송년회, 총회, 체육대회 등 정례 행사를 꾸리는 것도 장기 과제다.

박민규 회장을 중심으로 재무국, 사무국, 기수별 기장이 임원진을 맡으며 조금씩 동문회의 윤곽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개교 30주년 행사를 훌륭히 치러내며 결속력도 한층 강화했다.

대구과학고는 2011년 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되면서 대구 중심에서 벗어나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향이 대구가 아닌 동문이 다수 배출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후배 10명 중 6, 7명은 타지에서 온 경우다.

박 회장은 "수성구청 등 지역사회에서는 대구과학고 출신 동문들이 고향 대구에, 고향이 아니라면 학창시절을 보냈던 도시 대구에 좀 더 애정을 갖길 바란다"면서 "창업 투자나 지역기업 육성 등 대구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또 "동문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교가를 부른 뒤 헤어진다. '팔공산 정기내린'으로 시작하는 가사 때문에 대구를 한 번 더 떠올리게 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벤처회사 수준 이상의 장비를 갖춘 모교 인프라는 항상 마음 속 자랑거리다. 내 자녀도 다녔으면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면서 "올해 가을 코로나19 확산으로 멈췄던 모교 방문 행사를 재개하려고 한다. 많은 동문이 관심을 갖고 함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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