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은일 손 글씨 쓰기 선생님 "물건 비유해 가르치면 아이들도 쉽게 따라 쓰지요"

획 긋는 방법 사물에 비유해 설명…2015년 '악필 교정 방법' 특허 등록
유튜브 '특허받은 글씨 쓰기' 운영

'특허받은 글씨쓰기' 박은일 씨가 지팡이와 낫을 들고 글씨쓰기 지도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화섭 기자.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는 시대라지만 관공서나 은행 등 손으로 글자를 써야 하는 경우는 아직도 많다. 그럴 때 드러나는 자신의 악필이 부끄러워 시중에는 글씨 교정을 위한 쓰기 교본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이들 교본에 나온 글씨들의 기본은 우리가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배운 글씨체다.

이 글씨체를 익히는 방법을 특허로 만들고 유튜브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전파하는 선생님이 대구에 있다. 유튜브 '박은일의 특허받은 글씨쓰기' 채널을 운영하며 대구지역 초등학교에 손글씨 쓰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은일 씨가 그 주인공이다.

박 씨의 손글씨 교육 원리는 한글 각 글씨의 획 긋는 방법을 사물에 비유해 설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음의 세로획은 지팡이를 이용해 설명하는데, 꼬부랑 손잡이 부분은 세로획의 삐침 부분이니 살짝 기울여 손잡이를 만들고 그 다음 지팡이 대 부분은 직선으로 죽 그은 뒤 마지막 맺음은 살짝 뾰족하게 만든다는 느낌으로 마무리를 한다는 식의 설명이다. 자음의 경우는 낫을 이용해 모음과 닿는 자음의 끝은 뾰족하게 마무리를 하고 모음과 닿지 않는 자음은 오리의 몸처럼 부드러운 곡선 모양으로 쓰면 된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박 씨는 이러한 설명이 아이들이 글씨 쓰기를 익히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교사로 40년 가까이 재직하면서 평생의 숙제 중 하나가 글씨 쓰기 지도였습니다.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설명을 해도 글씨 쓰기를 익히게 하는 게 참 어렵더군요. 그러다가 영감을 받은 게 바로 지팡이와 낫, 오리를 이용해서 설명을 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글씨 쓰기를 가르치기 위한 소도구로 지팡이, 낫, 오리 인형, 옥수수자루 등을 항상 들고 다닙니다. 옥수수자루는 '글씨는 고르게 써야 한다'는 걸 가르치기 위한 도구죠."

이런 글씨쓰기 교육 방식이 효과가 있었는지 몇몇 초등 교사들이 박 씨의 교육법을 배워갔다. 이들 중에는 인천의 초등학교 교사도 있었다. 이런 교수방법의 효과가 확인되자 주변에서 특허 등록을 할 것을 권유했고, 2015년 '악필 교정 방법'이라는 이름으로 특허 등록을 마쳤다.

박 씨는 손으로 글씨 쓸 일이 줄어든 시대라도 손글씨를 익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손글씨가 사람의 내면을 표현하기도 하거니와 이 글씨체를 만드는 데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 글씨체가 '대한교과서체'라는 사실을 알아내는데도 수십, 수백 권의 자료를 찾아야 했습니다. 1958년에 최정호, 최정순 선생이 만든 글씨체가 1974년까지 세 번의 개정작업을 거쳐서 만들어진 글씨체거든요. 이 글씨체가 굉장히 훌륭한 글씨체인데 이 글씨체를 사람들이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유튜브에 보면 젊은 사람들이 다양한 글씨체를 손글씨로 쓰는 영상을 올려놓더군요. 좋은 현상이지만 그 글씨체의 기본은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글씨체입니다. 그 원리를 먼저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까지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활동으로 손글씨 쓰기를 가르친 박 씨는 대구의 많은 어린이들과 어린이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에서 손글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방과후 교육 활동으로 손글씨를 가르쳤는데 이 또한 학교 차원의 관심이 있어야 활성화가 가능하더군요. 요즘 미국도 필기체 쓰기 교육을 통해 손글씨 쓰기가 다시 부활한다고 하는데 우리도 정자 손글씨쓰기 방법을 제대로 익혀서 써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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