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 내려놓으시라" 유서에 침묵한 이재명, 前비서실장 조문 예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 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 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오후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극단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씨 빈소를 조문한다.

민주당은 이날 공지를 통해 "이 대표가 오후 1시 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빈소 조문을 위해 성남시립의료원 장례식장을 찾는다"고 공지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이날 오후 전기차 폐배터리 회수·재활용 거점센터 방문 일정은 취소됐다"며 "오후 7시로 예고된 '국민 속으로, 경청투어'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되지만 이 대표는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씨는 전날 오후 6시 44분쯤 자택인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 직무대행을 맡다가 지난해 12월 말 퇴직한 전 씨는 퇴직 전후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서 조사받았다.

전 씨의 유족은 "(전씨가) '성남FC 의혹' 사건으로 퇴직 전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앞두고 있던 조사는 없었다"며 "(전씨가) 매스컴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지난 1월 31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서 쌍방울 전 비서실장 A씨는 전 씨를 지목한 듯 "2019년 5월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이 김성태 회장 모친상에 조문을 왔다"고 증언한 바 있다.

▶현장에서는 전 씨가 쓴 노트 6쪽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전 씨는 유서 첫 장에 이 대표를 향한 심경을, 나머지 다섯 장에는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과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유서에 "(이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나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 "(사건 당시) 행정기획국장이어서 권한도 없었는데, 피의자로 입건됐다",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고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이 유서 공개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파악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에서 고인의 사망과 관련해 "(전씨는) 검찰의 압박수사에 매우 힘들어했다"며 "검찰 특수부 수사 대상이 된 사람들이 왜 자꾸 극단적 선택을 하겠느냐. 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자꾸 증거를 만들어 들이대니 빠져나갈 수 없고, 억울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고인이 유서에 대표에게 정치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했는데 입장은 어떤가', '고인에게 마지막 연락을 받은 것이 언제인가', '앞으로의 정치일정 계획' 등을 묻는 말엔 침묵한 채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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