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무너진 한국 대표팀 투수진의 집단 난조는 전지훈련 환경 문제인 것으로 분석된다.
조별리그 첫 경기 호주전 패배로 승리가 절실했던 한국 대표팀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4대13으로 완패했다. 일본의 전력이 확실히 한국을 앞선만큼 어느정도 힘겨운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자칫 콜드게임 패배라는 굴욕까지 맛볼뻔했다.
특히 4-6으로 추격하는 상황에서 등판한 젊은 투수들이 줄줄이 난타당한 것이 뼈아팠다.
1999년생 정우영(LG 트윈스)과 2000년생 김윤식(LG 트윈스), 2002년생 이의리(KIA 타이거즈) 등 KBO리그를 호령했던 '영건'들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보여줬던 위력적인 공을 전혀 던지지 못했다.
5번째 투수로 올라온 김윤식은 6회말 무사 3루 위기에서 첫 타자 나카무라 유헤이(야쿠르트 스왈로스)에게 볼넷을 내줬고, 후속 타자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겐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당황한 김윤식은 후속 타자 곤도 겐스케(소프트뱅크 호크스)에겐 볼 3개를 내리던지더니 시속 140㎞ 초반의 밋밋한 직구로 겨우 스트라이크 2개를 잡았다.
이후엔 높은 공을 다시 던져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뒤이어 나온 사이드암 정우영도 주무기인 15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지 못했다.
7회 1사 2루 위기에서 등판한 이의리도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폭투와 볼넷을 남발하며 자멸했다.
젊은 투수들이 펼친 최악의 투구는 예견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표팀 투수들은 지난 달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진행한 전지훈련 때부터 몸 관리와 공인구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예상치 못한 추운 날씨 탓에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것.
투수들은 귀국 직전에야 강풍을 맞으며 집단 불펜 투구를 하는 등 '벼락치기' 훈련하기도 했다. 몸이 올라오지 않자 투수들은 조급해지기 시작했고, 자신감도 떨어졌다.
악재는 계속됐다. 국가대표 30명 중 22명은 귀국 당일 미국 국내 항공기가 기체 이상으로 뜨지 못하면서 항공편 대신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선수들은 투손에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공항까지 약 850㎞의 거리를 약 8시간에 걸쳐 이동했다.
선수들이 한국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방전된 상태였고 결국, 이번 대회에서 그 여파가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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