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한민국 야구팀 “투수진, 안타까울 정도 멘탈 붕괴”

투수의 경우 혼자 힘으로 위기상황 극복해야
현재 야구 대표팀에 전문 멘탈 심리상담사 없어

류호상 영남대 체육학과 교수
류호상 영남대 체육학과 교수

2023 월드베이스볼클레식(World Baseball Classic) 예선 경기가 현재 일본 도쿄에서 열리고 있다. 대회 초반 한국대표팀의 대 일본전을 관전하면서 야구는 멘탈 게임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흔히 심리적 요인은 경기력에 10~20% 정도의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특정한 상황이나 선수에게는 심리적 요인이 경기력의 80~90%를 설명할 수도 있다. 그리고 골프, 사격, 양궁같이 복잡하고 예민한 개인 종목의 경우에는 심리적 요인이 더욱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야구는 단체종목이기는 하나 포지션에 따라 각 선수의 역할과 기능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경기이다. 특히, 투수는 야구경기의 승패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포지션이다. 대 일본전에서 구원으로 등판한 한국의 젊은 투수들은 체격이나 볼스피드 측면에서 가능성은 보였으나 제구력에 난조를 보이면서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부족 때문인지 안타까울 정도로 멘탈이 붕괴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첫 경기인 대 호주전도 결국은 멘탈 때문에 패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야구 저변과 시설 인프라를 고려할 때 우리가 일본을 이기기는 어렵겠지만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는 정도의 평가는 받아야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멘탈(mental)은 원래 영어의 뜻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정신력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야구대표팀에는 선수들의 멘탈을 관리하는 심리상담사가 없다고 한다. 다른 단체경기에서는 한 선수에게 문제가 발생해도 다른 선수들과의 협력 플레이로 어느 정도의 경기력은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야구 투수의 경우에는 오로지 혼자 힘으로 불안을 낮추고 자신감과 집중력을 높여 경기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많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심리상담을 주기적으로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능력은 경기 당일에 외친다고 될 수 없고 평소 훈련을 통해 쌓아야 한다. 자기관리, 목표설정, 이완훈련, 루틴훈련, 긍정자화 등을 포함하는 심리기술은 훌륭한 운동기술 뒤에 숨어있는 강력하고도 필수적인 능력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팀 내의 갈등을 중재하여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멘탈코치의 한 역할이다. 왜냐하면 야구는 끈끈한 응집력과 조직력 없이는 우수한 경기력이 나올 수 없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우리 야구대표팀이 보인 부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체력과 신체기술 뿐 아니라 선수들의 멘탈을 강화하는 스포츠심리기술훈련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할 시점임을 강조하고 싶다.

류호상(영남대학교 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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