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난청·허리 디스크 달고 사는 소방관…각자 알아서 관리?

분진, 소음 등 원인 뚜렷하지만 예방하긴 어려워
이어폰 빼고, 헬스 하는 등 각자가 건강 관리 충실

지난해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 당시 구조 활동에 나섰던 소방대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해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 당시 구조 활동에 나섰던 소방대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불규칙한 수면과 식사, 화재 현장에서 쏟아지는 분진과 소음은 소방관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하지만 원인을 알아도 직무 특성상 이를 예방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일선 현장 대원들은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 이어폰 멀리하고 스트레칭...각자 알아서 관리

화재 진압 대원으로 근무 중인 소방교 A(30대 초반) 씨는 소방 공무원이 된 후부터 이어폰을 멀리하고 있다. 화재 현장에서 굉음에 자주 노출되는 만큼 퇴근 후에라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본부에서는 화재 현장에서 사용하는 특수 귀마개 등을 보급하고 착용할 것을 권고하지만 갑작스럽게 현장에 출동하다 보면 착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막상 화재 현장에 도착하면 다른 곳보다도 귀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A씨보다 10여 년 넘게 더 근무한 구급대원 소방위 B(50대 초반) 씨는 가끔 전화 통화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며 난청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난청 외에도 허리 디스크 등 여러 질병을 달고 산다고 했다.

B씨는 "늘 신고는 불시에 들어오는데 갑자기 구급차를 타거나 무거운 것들을 들면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간다"며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고 출근 전후로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며 몸에 무리가 덜 가도록 노력 중이다"고 했다.

지난 2017년 8월 소방청 설립, 2019년 1월 국가직 전환, 2025년 6월 국립소방병원 개원 예정 등 그동안 소방관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이 나왔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당시 소방 공무원의 업무량 급증 등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5년 동안 1만4천900명의 소방 공무원을 채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자 처우 개선 움직임은 도로 제자리가 됐다. 2023년 소방공무원 채용시험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대구지역 소방 공무원 선발예정인원은 공개경쟁채용 28명, 경력경쟁채용 20명 등 48명이다. 지난해 공개경쟁채용 152명, 경력경쟁채용 60명 등 222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대폭 감소했다.

구급대원 소방교 C(30대) 씨는 "구급대의 경우 평소 3인 1조가 원칙이지만 연가나 교육 등으로 1명이 빠지면 2명만 출동을 나가는 경우도 있다"며 "구급대의 경우에는 불편한 자세에서도 들것 등을 들 일이 많은데 괜히 무리하다가 지난해 디스크 진단을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방관들은 직무 활동 중에 몸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자신이 빠지면서 발생하는 공백 탓에 아프다는 이야기도 못 한다"며 "소방관의 직무는 그 어떤 직무보다 더 국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만큼 인력을 충원해 전체의 짐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근무 방식 변경에도…"의료 혜택 마련해야"

근무 방식 변경도 소방관들의 건강 악화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지난해 5월부터 하루 24시간을 근무하고 이틀을 쉬는 이른바 '당비비' 교대 근무 방식을 도입했다. 전에는 주간 근무로 일주일을 보내고, 2주 동안 야간 근무, 비번, 주말 당번을 번갈아 섰다.

당비비는 지난 2018년 전국 소방공무원 4만4천234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57.3%가 선호했던 근무 형태였다. 소방당국은 당비비 근무가 규칙적인 생활리듬과 출·퇴근 시간 감소, 근무 후 개인 시간 보장 등이 가능해 소방 공무원의 삶의 질과 건강 상태를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시행 1년을 앞두고 현장의 반응은 극명했다. 오히려 24시간 근무는 체력 소모가 심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의견과 24시간 근무 후 48시간을 쉴 수 있어 개인 정비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화재진압대원 소방교 D(30대) 씨는 "어떤 근무제도를 하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당비비를 시행한 지 이제 막 첫해가 지난 만큼 이 근무 방식이 건강 관리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기적인 건강 검진 외에 소방 공무원이 받을 수 있는 의료 시스템도 미비하다. 오는 2025년 6월 국립소방병원이 개원을 앞두고 있지만 충북 음성군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퇴직을 앞둔 화재진압대원 소방위 E(60대) 씨는 "소방 병원도 좋지만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하는 차원에서 일반 병원에서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방화복이나 공기호흡기 등을 착용하고 있어도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서 일반인은 느낄 수 없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낀다"며 "특히 산불이나 공장 화재 등 대형 화재 현장을 다녀온 소방 공무원들은 별도의 휴식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수건강진단 등 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무로 인한 질병이 조금이라도 관찰이 되면 업무와 치료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특수건강진단 이후에도 본인의 의사에 따라 모두 9가지의 사후관리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며 "직무로 인한 질병의 상태가 심각한 직원들은 공무상요양신청을 통해 각종 지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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