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조선 남성의 기대수명은 23세였다. 세계 최하위였다. 양반들의 기대수명도 25세였다. 20세까지 생존에 성공한 사람의 기대수명도 31세에 불과했다. 유아 사망률은 50%였다. 태어난 아이들의 절반은 돌도 되기 전에 죽었다는 얘기다. 14~16세에 결혼을 하는 조혼 풍습도 워낙 일찍 죽기 때문에 생겼다.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어릴 때부터 노동도 많이 시키고 아이도 많이 낳아야 했다. 60세까지 산다는 것은 지극히 예외적인, 기적 같은 일이었다. 환갑잔치를 그토록 성대히 치른 이유다. 조선에서 제일 좋은 집에서 살면서 제일 좋은 옷을 입고 제일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던 조선 역대 왕들의 평균수명도 44세에 불과했다.
2022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35세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한국보다 기대수명이 더 높은 나라는 일본(84.91세)뿐이다. 2022년 유아 사망률은 1천 명당 1.797명이다. 즉, 대한민국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중 돌이 되기 전에 죽는 경우는 0.179%다. 환갑잔치는 어느덧 자취를 감췄다.
어떻게 이런 기적이 일어났나?
17세기 말 산업자본주의가 일어나기 전까지 인류는 '경제성장'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강남농법'의 개발로 번영을 구가했던 송나라(960~1279)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도 있었지만 이도 잠시, 인구의 급격한 팽창으로 잉여는 소진되고 경제는 침체했다. 경제가 발전하면 인구가 늘고 결국 식량 부족으로 모두 굶게 된다는 '맬서스의 함정'(Malthusian Trap)에 빠졌기 때문이다.
인류가 역사상 최초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경험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중·후반 영국에서 산업혁명과 자본주의가 일어나면서부터였다. 인류가 역사상 처음으로 만성적인 영양실조 상태에서 벗어난 것도 이때부터다. 추위와 더위 등 삶을 위협하는 자연환경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해 주는 집들이 보편화되고, 거대한 댐을 짓고 수로를 바꿈으로써 홍수와 가뭄 등 천재지변을 극복할 수 있게 된 것도 산업혁명 덕분이다. 공중보건의 증진, 우두, 페니실린과 같은 혁명적인 신약의 발명으로 태초 이래 인간을 괴롭혀온 질병들에 대한 근원적인 치료도 가능해진다. 증기 엔진, 가솔린, 디젤과 같은 내연기관과 전기의 발명으로 수천 명의 노동이 필요했던 일들을 기계가 하게 되면서 인간이 고된 육체노동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산업혁명을 경험한 나라들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경제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해 왔다는 사실이다. 19세기 초 1천만 명이던 영국의 인구는 19세기 말 4천만 명을 돌파하고 현재는 6천만 명에 이른다. 1800년 5천300만 명이던 미국의 인구는 1920년에 1억 명을 돌파하고 2010년에는 3억 명을 돌파한다. 19세기 말 찢어지게 가난했던 '헬조선'의 인구는 1천500만 명이었다. 오늘 대한민국의 인구는 5천만 명이다. 인구는 3배 이상 증가했지만 소득은 계속해서 늘고 삶의 질은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다. '맬서스의 함정'은 없다.
그러나 산업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좌파 이념들이 나온다.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가 빈부격차를 늘리고 계급투쟁을 유발함으로써 몰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환경위기론자들로 변신한 좌파들이 산업자본주의 때문에 기후변화가 심화되고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대판 '맬서스의 함정론'이다.
좌파 이념은 모두 산업자본주의가 가져다준 혜택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그 폐해만 부각시킨다. 이는 마치 백신이 질병을 예방한다는 사실은 무시한 채 백신의 부작용만 과장하면서 백신을 맞지 말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 한국의 환경이 경제발전과 함께 놀랍게 좋아지자 환경위기론자들은 이제 산업화가 지구 자체를 멸망으로 이끌고 있다는 또 다른 허구를 발명해 낸다.
산업자본주의의 폐해와 부작용을 극복하는 방법은 산업자본주의를 폐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 산업자본주의의 기적을 애써 외면하는 좌파 사상을 극복하고 이 기적에 감사하면서 이 기적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이 기적을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지에 모든 사고와 역량을 집중시킬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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