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전 세계 “블랙 먼데이” 우려

SVB 영국지점도 파산 선언, 영국 정부 대책 마련중
SVB와 거래중인 한국 스타트업 기업과 VC ‘안절부절’

전 세계 스타트업 기업의 돈줄인 실리콘밸리은행(SVB)가 파산했다. 연합뉴스
전 세계 스타트업 기업의 돈줄인 실리콘밸리은행(SVB)가 파산했다. 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전 세계 금융권과 기업에 파장을 미치며, '블랙 먼데이'(Black Monday, 월요일 증시 폭락)의 공포로 낳고 있다. 우리나라도 주식시장 개장과 함께 코스피(KOSPI) 주가지수가 얼마나 하락할 지 우려된다. 전 세계 젊은 기업가의 꿈의 무대인 실리콘밸리 내 스타트업(Start Up) 기업들의 줄도산이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지켜봐야 한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기업, VC '망연자실'

SVB파산은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산 소식이 전해지자, 이 은행에 자금이 묶이게 된 한국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들은 망연자실해 하며, 후속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SVB와 5년 넘게 거래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거래가 중지될 정도로만 생각했지, 폐쇄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9일 SVB 주가가 너무 많이 빠지는 것을 보고 불안해서 30만 달러를 제외한 전 자금을 다른 은행으로 옮겨놨다"며 밝혔다.

또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큰 자금을 굴리는 한 액셀러레이터가 최소 1천억원 전액 SVB에 자금을 태웠다고 알고 있다"며 "이 은행에 돈이 묶이게 된 여러 스타트업과 VC들은 '이제 어떻하나' 넋을 잃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영국·캐다다에 직격탄, 이제 시작에 불과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AP 통신 등에 따르면 SVB 영국지점도 파산 선언을 앞두고 있으며, 이미 거래를 중단하고 신규 고객을 받지 않고 있다. 약 180개의 영국 정보기술(IT) 업체는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에게 "예치금 손실은 기술 부문에 심각한 손상을 주고 기업 생태계를 20년 뒤로 되돌릴 수도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하룻밤 새 강제청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헌트 장관은 이날 오전 영국 중앙은행 총재와 이번 사태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재무부 관리들이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는 기업과 간담회를 여는 등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SVB 캐나다 지점은 지난해 대출 규모를 두배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개소 이후 지난해 대출 규모는 4억3천500만 캐나다달러(4천160억원)로, 2021년 2억1천200만 달러에서 갑절 이상 증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SVB가 영국과 캐나다를 포함해 중국, 독일, 스웨덴, 덴마크, 인도, 이스라엘 등지에도 진출해 현지에서 영업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8천500여 명 직원도 '날벼락', 45일 후에 해고될 듯

SVB 직원들도 졸지에 실업자 초읽기에 들어갔다. 45일 후면 해고될 위기에 처해졌다. 11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매체 테크크런치 등에 따르면 SVB의 파산 관재인인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지난 10일 SVB 직원들에게 45일간의 고용을 제안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급여는 평소의 1.5 배를 주겠다는 내용도 포함됐으며, 지점 직원과 계약자 등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 기존 재택근무 방식을 계속 유지하도록 했다. FDIC 대변인은 "SVB 처리를 위해 직원들에게 함께 일하도록 요청하고, 질서있는 전환을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반전이 있을 수도 있다. SVB를 인수하겠다는 기업 등이 나오면 직원들은 해고되지 않고 고용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에 SVB를 다른 큰 은행 등이 인수할 수 있도록 미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 규제당국은 예금자들의 예치금을 돌려주기 위해 SVB 자산 매각을 위한 절차에 착수하면서, 인수자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VB 파산으로 인한 경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대책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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