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기면 상금, 지면 기부금"…대구銀 직원 노래방 내기

사내 페스티벌 연 황병우 행장
점수 따라 직원 이름으로 적립
부서별 소통 강화 리더십 변화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이 대구 수성구 수성동에 있는 본점 3층 직원 휴게공간에 마련된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이 대구 수성구 수성동에 있는 본점 3층 직원 휴게공간에 마련된 '락(樂) 휴(休)'에서 직원들과 수평적 소통을 위해 노래를 부르며 함께 어울리는 모습. 대구은행 제공

지난달 8일 오후 5시. 퇴근을 한 시간 앞둔 시각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은 청바지에 흰 티셔츠 차림으로 수성동 본점 3층에 있는 직원 휴게실에 들어섰다. 그러곤 한 쪽 벽에 마련된 공간으로 향했다. 마이크에 음향기기, 화려한 조명이 곁들여진 노래방이었다. 황 행장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사랑인거야'를 불러보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달 대구은행 본점 3층 직원식당 옆에 새롭게 선보인 직원 휴식 공간 '락(樂) 휴(休), rock u' 공간에서 황 행장과 직원이 함께 노래하는 모습이다. 황 행장은 이때부터 본점 내 휴게 공간에서 MZ(밀레니얼+Z세대) 신입사원과 '특별한 내기'에 한창이다.

황 행장은 지난달 직원 휴게실에서 '락(樂)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내부 고객인 직원 만족도를 높이고, 권위에 의한 일방향 소통이 아닌 편안한 분위기에서 소통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그는 이곳에서 직원들과 부서별 대항전으로 로잉 머신 대결, 실내 양궁 게임 등을 진행했다.

특히 직원들의 입길에 오른 건 속칭 '행장을 이겨라'. 황 행장과 직원이 한 곡씩 노래를 부르고 노래방 기계가 매기는 점수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게임이다. 만약 직원이 이기면 황 행장이 사비로 직원에게 소정의 상금을 지급한다. 반대로 황 행장이 이기면 상금 액수만큼을 승부에서 진 직원 이름으로 기부금을 적립한다.

이와 관련해 황병우 행장은 "지금까지 이렇게 적립한 금액이 200만원이 넘는다. 연말에는 '대구은행'이 아닌 '대구은행 김OO, 박△△'과 같이 노래방 점수내기에서 진 직원 한 명 한 명 이름으로 기부금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장 접견실에 걸린 역대 행장 사진 변천사를 예로 들며 바뀐 세태에 맞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했다.

황 행장은 "초대 행장님부터 어느 시점까지는 딱딱한 표정의 사진이다. 이후 살짝 옅은 미소를 띤 사진이 걸려 있고, 최근 들어 이가 보일 정도로 웃는 사진을 찍었다"면서 "그만큼 시대 분위기가 바뀌었고, 원하는 리더십도 달라지지 않았겠느냐"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은 이 같은 황 행장 뜻에 따라 이 특별한 '노래방 점수내기'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본점에서 각 영업점으로 범위를 확대해 매달 1~2회 점포 직원들을 본점으로 초대할 생각이다. 또한 금명간 은행장과 직원 간 도시락 행사, 신입 사원 입행 축하 파티 등 조직 분위기를 연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한다.

황 행장은 "대구은행 직원이 3천여 명인데 단 한 번도 본점 근무를 해보지 못하고 퇴직하는 직원이 절반 가까이 된다. 오죽했으면 영업점에서 만난 직원이 '행장실 구경시켜주세요'라는 이야기를 했겠느냐"면서 "젊은 직원들을 본점으로 불러 행장실 구경도 하고 노래 대결도 하면서 '즐겁게 일하는 조직 문화가 를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은 직원들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수평적 소통을 위해 본점 3층 직원 휴식 공간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은 직원들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수평적 소통을 위해 본점 3층 직원 휴식 공간 '락(樂) 휴(休)' 공간에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황 행장은 직원과 한 곡씩 노래를 부르고 노래방 기계가 매기는 점수에 따라 승부를 가르는 게임을 진행, 직원이 이기면 황 행장이 사비로 소정의 상금을 지급한다. 반대로 황 행장이 이기면 상금 액수만큼을 승부에서 진 직원 이름으로 기부금을 적립한다. 사진은 황 행장이 기부금을 적립하는 모습. 대구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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