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위선과 내로남불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우리는 위선자라고 한다. '페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에 주옥같은 문장으로 남을 비난하던 조국 전 장관 같은 '인플루언서'들이 공직을 맡은 후 거센 비난을 받는 것은 위선적이기 때문이다.

정직하고 신뢰받는 정치인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진 요즘, 정치인들은 '위선'을 정치인들이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국민과 한 약속인 '공약'을 무겁게 여기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정치인은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가 없다. 재선·3선 등 선수(選數)를 쌓을수록 정치적 무게감을 갖는 중진·원로 정치인이 되기보다는 위선과 '내로남불'을 체화한, 아예 국민 눈을 무시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별종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촌철살인의 신조어를 논평에서 제일 먼저 쓴 사람은 1996년 당시 신한국당 대변인이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었다. 야당이 자신의 처지와 마찬가지인 여당을 비난하자 '자신을 되돌아보라'며 응수한 단어가 '내로남불'이었다. 정치는 위선자들이 누가 더 나쁘냐를 겨루는 '위선자 게임'이 된 지 오래지만 이제는 정치인들이 국민들마저 위선자가 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를 강요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해마다 12월 예산이 통과되면 여야가 약속이나 한 듯 예결위원을 필두로 상임위별로 국회 예산으로 해외로 나가는 것이 관행으로 정착돼 있다. 지역구 행사나 다른 일정 때문에 출국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의원들은 기회를 만들어 반드시 출국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공휴일인 3·1절에 국회를 개회하고 다음 날 수십 명의 국회의원들이 당의 미래를 위한 '워크숍' 개최를 명분으로 3박 4일 동안 베트남에 다녀왔다. 각자 경비를 냈다고는 하나 회기 중에 워크숍을 이유로 해외로 나가 마사지숍까지 단체로 다녀와서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9명의 발의로 민주당 단독 국회를 열고 비행기로 4~5시간 거리의 베트남에 20여 명의 의원과 전직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출신 고위 공직자들이 대거 몰려가서 어떤 워크숍을 했는지 참 궁금하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국회의원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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