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하모니

배원 첼리스트

배원 첼리스트
배원 첼리스트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학기가 되니 곳곳의 빈 벽들에 각양각색의 공연 포스터들이 채워진다. 여러 연주 단체와 연주 홀에서 준비하는 공연 소식을 들여다보니 우리 지역 대구를 다양한 음악으로 채워줄 상반기 공연들이 기대된다. 대구는 예술계를 이끄는 좋은 리더들과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의 공연을 만드는 기획팀, 예술 공연을 늘 기대하고 갈망하며 뜨겁게 호응하는 청중들,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연주자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인해 음악계의 발전이 남다른 도시다. 많은 독창회, 독주회 소식들 사이 연주자들이 함께하는 실내악 공연들이 많이 보인다. 동료 연주자, 혹은 스승과 제자, 선후배가 함께 만들어가는 다양한 실내악 구성으로 연주되는 작품들이 공연계에 활기를 더해준다.

실내악의 편성은 가장 작은 조합인 2중주부터 3중주, 4중주, 5중주 등 매우 다양하다. 보통 실내악은 'Chamber Music' 이라 부르는데 이때, 'Chamber'는 '방' 혹은 '실내'라는 뜻을 가진다.

연주자들이 실내악 연주를 앞두고 준비하는 과정은 솔로 연주의 준비와는 매우 다르다. 각자의 생활을 하다 오랜만에 모여 근황을 나누며 시작하는 즐거운 분위기부터 혼자 연습할 때와는 사뭇 다른 설렘이 있다. 하지만 연습이 반복되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은 긴장감이 돌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모여 도모하는 일이기에 서로의 생각의 온도와 감정의 무게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까닭에 실내악을 연습하고 무대에 올리기까지 그런 불안감을 완화할 수 있는 적절한 조율이 꼭 필요하다.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느끼는 감정의 차이가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하고 내가 하는 실수가 남에게 영향을 주진 아닐까? 라는 부담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혼자 연주할 것을 나눠하니 그 부담의 무게가 줄어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잘 만들어진 실내악 음악 연습 과정에는 작품의 주제를 한마음으로 전달하기 위해 각자 맡은바 성실히 연주하고 서로를 위한 서포트가 정성스러워야 한다. 서로를 배려하고 신뢰하는 마음이 쌓아지고 음악적인 견해를 잘 나누다 보면 부담감과 갈등이 서서히 줄어들고 하나로 모여지는 연주의 희열에 다다를 수 있다. 작곡가들도 내면의 갈등을 부딪히는 불협화음으로 표현하고 그 불협화음을 지나 결국에는 해소에 이르는 협화음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연습에도 그 과정이 필요하다. 언제 말하고, 언제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는지 마치 서로 대화하는 것과 같아야 하는 실내악만이 가진 매력을 표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 또한 앞으로 연주하게 될 여러 실내악 연주 준비를 통해 연주뿐 아니라 여럿이 함께하는 가운데 상대의 말과 행동, 표정, 감정에 대한 공감지수를 높이려 노력한다. 다채로움 속에 서로 공존하여 어우러지는 실내악만이 가지는 묘미를 잘 표현한다면 청중들에게도 균형감 있는 조화로운 하모니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불협화음이 일어날 수 있는 우리의 일상도 서로를 배려하는 좋은 팀워크의 실내악 연주처럼 함께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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