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첫 비서실장을 지냈던 전형수 씨가 최근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그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의 제3자 뇌물 혐의의 공범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 대표 측근이 사망한 것은 다섯 번째다. 한 특정인의 비리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연쇄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유례가 없다. 죽음의 원인을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대표와 얽힌 사건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전 씨가 "이재명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 희생이 더 이상 없어야지요"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고 알려진 것은 예사롭지 않다. 이 대표는 전 씨의 죽음에 대해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이지, 이재명 때문인가"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 대표가 측근의 죽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방어만의 정치'를 펼치는 행태는 참으로 실망스럽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되고 측근 사망 이후 민주당에선 이재명 '회의론'과 '책임론'이 분출되고 있다.
당 지지도마저 급락하고 있다. 한국갤럽 3월 1주 조사(2월 28일, 3월 2일) 결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39%로, 직전 조사보다 2%포인트(p) 올랐다. 반면 민주당은 5%p 하락해 29%로 집계됐다. 갤럽 조사에서 양당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지고, 민주당 지지도가 3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작년 6월 말 이후 8개월 만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내년 총선 격전지라 할 수 있는 서울 지역 지지율은 민주당이 21%로 국민의 힘(39%)의 절반 정도라는 것이다. 인천·경기 지역에서도 국민의힘이 36%로 민주당(32%)보다 앞섰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수도권 총 121석 중 103석(85.1%)을 석권했는데,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민주당의 지지도 폭락은 '정체성 상실, 리더십 위기, 극성 팬덤에 대한 혐오' 때문이다. 민주당은 늘 김대중과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고 자랑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한일 외교의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푸는 해법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그동안 문제를 회피하고 '죽창가' '토착 왜구'만 부르짖던 민주당은 반정부 투쟁에 돌입했다. 이것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실용을 택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부정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 다수 의석을 앞세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비리 혐의자 체포동의안 부결' 등 평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혐오했던 '원칙 없는 승리'에만 빠져 있다. 정신이 무너졌는데 어떻게 정체성이 생기겠는가? 정체성을 잃으면 신뢰와 지지를 잃는 법이다. 최근 KBS·한국리서치 조사(3월 5~7일) 결과,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정당한 범죄 수사'라는 응답(53.9%)이 '정치 보복 수사'(40.7%)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 수치는 지난 1월 조사 때보다 6.2%p 상승했다.
한편, '이 대표가 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53.8%)는 응답이 '물러날 필요가 없다'(40.7%)를 압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어떻게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최근 이 대표의 맹목적 극렬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 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열성 지지층을 확보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서로 혐오하고, 좌표 찍고, 문자 폭탄 보내고, 욕설을 퍼붓는 악성 팬덤은 혐오의 대상이다. 이들 극성 팬덤은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이탈 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색출하는 이른바 '수박 찾기' 작업을 벌였다. 민주당은 이런 극성 팬덤들에 휘둘리면서 민심과 상식에서 멀어지고 있다.
향후 민주당은 몇 번의 변곡점을 맞이하면서 내분이 격화될 것 같다. 당장 대장동·성남FC 사건으로 이 대표가 기소되면 당대표 사퇴 논쟁으로 번지면서 결국 분열의 서곡이 울려 퍼질 것이다. 민주당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 대표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당화·방탄·팬덤'의 집단적 망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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