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걱정거리가 없을 때도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기쁠 때도 불안을 느낀다. "내가 이렇게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닌데 왜 좋은 일이 일어나지?", "이 기쁨은 언제쯤 사라질까?"라며 기쁜 일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게 나다.
이정도면 오히려 불안을 즐기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고칠 수도 없다. 이런 불안증은 성격에서 나오는 것이고, 성격은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 가족은 모두 작은 일에도 크게 신경 쓰고 걱정하며 살아가는 가족이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저녁 먹을 시간에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밥은 먹었냐는 질문에 "이제 먹을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어머니에게 한 말은 사실이었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떡볶이를 시켜놓고 기다리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시간 뒤 이번엔 동생이 전화를 했다. 오빠 밥 안먹어서 걱정된다며 어머니가 전화해보라고 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떡볶이를 먹는 중이니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또다시 전화가 왔다. 저녁으로 떡볶이를 먹는 게 너무 걱정된다며 혹시 다른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아버지가 전화를 하셨다.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가족에게는 걱정 가득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우리 가족이 불안을 느꼈던 이유는 '만약'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이라는 말 뒤에는 항상 부정적인 생각이 뒤따르게 된다. 위 사건의 경우엔 '만약 아무도 안 챙겨줘서 아들이 떡볶이를 먹는 거라면?' 이라는 생각이 불안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안이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안은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생기는 현재의 감정이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감정은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도록 만들어준다. 또한 불안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을 더욱더 세심히 바라보고 그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이 모든 감정을 걱정이라는 한 단어에 담아 소중한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어쩌면 불안감이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의 미래를 준비하고 움직일 수 있게 해 주는 원동력일 수 있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오히려 불안감을 느끼지 못할 때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없어서 지금 이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하고 싶은 것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성경에 보면 '깨어있어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있다. 깨어있는 삶은 미래에 비추어 현재의 내 모습을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해 주고 그 일을 하게 만든다. 결과는 행복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깨어있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가족은 앞으로도 쓸데없이 불안해하며 살아갈 것이다. 때로는 이런 불안함이 스트레스가 되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소중한 사람에 대한 세심한 관심이 된다. 그 사람을 걱정하고 지금 이 순간 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자주 불안해하는 내 성격을 걱정하지 않으려한다. 이 성격 덕분에 오늘도 난 불안한 마음으로 나에게 소중한 이들을 세심히 살피며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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