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골목, 아파트 단지 어디서든 고양이는 존재한다. 일명 길고양이들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길고양이를 보호하려는 사람들과 이들을 불편하게 여기는 주민들 간에 길고양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쓰레기 봉투를 헤집거나, 늦은 밤 발정기 특유의 울음소리, 길고양이들 간의 다툼으로 인한 비명소리, 경계심 강한 수컷 고양이에게 어린자녀가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자 짜증나서 길고양이에게 화살을 쏜 남성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길고양이로 인해 불편을 겪은 주민들은 당연히 길고양이를 동네에서 쫓아내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그 길고양이에게 밥을주고 쉼터를 마련해 주는 '캣맘'들은 당연지사 싫어 할 수 밖에 없다. 고양이 급식소로 인해 더 많은 길고양이가 모여들면 어쩌나 불안해 하며 길고양이 급식소를 훼손시키거나 담당 공무원에게 항의하는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기도 한다.
◆길고양이 확산은 누가?
길고양이가 여전히 확산되는 이유는 국가의 잘못이 크다. 새끼 고양이를 키우던 소유자가 고양이가 집 밖을 배회하도록 방치해도 법적으로 처벌받거나 도덕적으로 지탄받지 않는다. 그 소유자는 고양이를 자유롭게 키우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결국은 길고양이화 되기 쉽다.
반려견처럼 동물등록제가 의무화되지도 않으며, 정부가 고양이 중성화수술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도 않는다.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에 최소한 중성화수술 만이라도 의무화가 필요하다.

◆'캣맘'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인간이 밀집된 도심이라 하여 동물을 죽이거나 내쳐서는 곤란하하다. 도심 생태계 보존은 동물들이 누려왔던 생활터전을 보존함과 동시에 인간과의 합리적인 공존을 모색하는데 있다. 도시 생태 동물들을 보호하고 연구하는 분야별 환경보호 활동가들이 있듯이, '캣맘'과 '캣대디'는 길고양이를 보호하고 주민과의 합리적인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동네 길고양이 전문가'들이다.
'캣맘'은 고양이 급식소를 마련하여 필요한 만큼의 사료를 제공하고, 길고양이의 장기적인 안전과 개체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수술(TNR)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들의 이웃이며 자원 봉사자들이다.
캣맘의 기본 마음가짐은 길고양이 보호에 있다. 밥을 주고 추위를 피할 쉼터를 마련해주는 것은 직접적인 보호 조치다. 반면에 장기적인 보호 대책도 고민한다. 고양이 TNR를 통해 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줄이려 노력한다.
'캣맘'들의 활동으로 '고양이 TNR'을 10여년 간 지속적으로 추진한 몇몇 아파트단지와 수년간 집중적으로 예산을 편성하여 '캣맘'을 지원하고 '고양이 TNR'를 적극적으로 실시한 서울의 경우 '길고양이 TNR' 의뢰 건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길고양이 TNR' 의뢰가 줄어든다는 것은 중성화수술 받은 길고양이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고양이 TNR'의 실효성을 연구한 논문들이 '군집 내 75% 이상의 고양이가 중성화 수술받게 되면 그 개체수는 현저히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와 그 맥을 같이 한다.

◆'밥만 주는 어설픈 캣맘'이 갈등을 부추겨
캣맘이라면서 길고양이에게 밥만 챙겨주는 시민들이 있다. 이는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고양이 TNR' 고민없이 길고양이에게 밥만 주다 보면 먹거리가 풍족해진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번식한다. 고양이 번식력은 암컷 한마리가 일년에 3번의 새끼를 낳기도 한다. 한배에 평균 4마리를 분만 한다고 가정하면 일년에 12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태어난다.
이 새끼들은 7~8개월 정도면 또 임신이 가능하다. 암컷 한마리로 시작하더라도 2년이 경과하면 수치상으로 100 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태어남을 의미한다. 개체 수가 폭증하면 길고양이들 간에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진다.
'고양이 TNR'을 하지 않으면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매년 수십마리의 고양이를 캣맘이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당연히 이웃에게 민폐이며, 어느 순간 '밥만 주는 어설픈 캣맘'이 불어난 개체 수를 이웃과 '캣맘'들이 또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길고양이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면 지역 '캣맘' 연대나 동호회에 참여하여 본인에게 적합한 역할을 배정받을 필요가 있다.
◆고양이 TNR(중성화수술)이란 ?
중성화수술 받은 고양이는 말 그대로 순해진다. 다툼을 피하고 발정기가 없으니 발정기 울음소리도 없고 번식도 불가하다. 길고양이가 주민들에게 끼치는 민폐들이 모두 해소됨을 의미한다.
길고양이에게는 이미 적응했던 서식지를 향유토록 하고, 이웃의 불편함은 해소하게 된다. 더불어 해당 군집 네 길고양이들의 75% 정도가 중성화수술이 이루어지면 그 군집내 길고양이 개체수도 수년 내로 줄어들기 시작한다.

길고양이를 포획하여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중성화수술을 시켜주고 최소 기간 입원치료를 받은 후 다시 그 자리로 돌려보내주는 과정을 '고양이 TNR' (Trap포획-Neuter중성화-Return방사)'이라고 한다. 중성화수술 받은 개체가 중복수술 받는 과오를 피하기 위해 중성화수술 받은 고양이는 좌측 귀끝에 1cm 정도를 잘라 '귀컷팅' 누구나 쉽게 TNR을 받은 개체인지를 분간할 수 있도록 한다.
길고양이와 인간과의 합리적인 공존을 위해 수십년 이상 여러 선진국에서 시행 착오를 겪으며 정착된 국제적으로 공인된 방법이다.
측은지심에 길고양이를 입양했던 한 여성 보호활동가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한다. 이 여성은 새끼 길고양이를 구조하고 입양했다. 측은지심에 한마리, 두마리 고양이를 입양했다. 그런데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고 있었다. 불과 2년 후 그 여성의 집은 20마리 가량의 고양이로 북적되었다. 우여곡절 본인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고양이들은 처참해졌고 상당 수 고양이가 죽은 후에야 그 사실이 주변에 알려졌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고 고양이를 돌본다는 것은 본인이 건강이 나빠지거나 경제적 사정으로 고양이를 돌볼 수 없는 순간 '애니멀 호더'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의미한다.

◆'고양이 TNR'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고양이 TNRM'이 필요 ?
'고양이 TNR'의 성공 여부는 중성화수술 받은 고양이가 그 영역에서 얼마나 건강하게 정착하는지에 달려있다. 자칫 중성화수술 받은 고양이가 허약해지거나 사망할 경우 그 영역으로 새로운 개체가 유입되는 진공효과가 발생한다. '고양이 TNR'의 효력은 지연될 수 밖에 없다.
길고양이의 안전과 인간과의 합리적인 공존이 목적인 만큼 '고양이 TNR' 과정에서의 길고양이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것이 '고양이 TNR' 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최근 동물자유연대와 고양이보호협회 등의 동물보호단체들은 '고양이 TNR'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TNRM'(Trap포획-Neuter중성화-Return방사- Monitor/Manage 관찰과 관리)을 주장한다.
중성화수술 받은 길고양이의 건강을 관찰하고 돌보기 위한 ' Monitor/Manage' 역할을 제일 잘 수행할 수 있는 이들이 바로 우리동네 길고양이 전문가인 '캣맘' 들이다.
길고양이로 인한 불편함을 제기하는 민원에 우선하여 포획 순서에 의존해 중성화수술을 실시하기 보다는, 구역별 길고양이 실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우리동네 길고양이 전문가인 '캣맘' 들과 협의하여 군집 또는 구획 단위의 '고양이 TNR' 이 필요해 보인다.

◆' 군집 고양이 TNR' 이란?
도심의 경우 큰 도로를 경계로 구획을 지을 수 있다. 길고양이는 영역동물이며 그들에게 6차선 이상의 큰도로를 넘기란 강을 건너는 것에 비유된다. 담장이 둘러쳐진 학교, 대단지 아파트, 공원, 공단 등도 구획 지을 수 있다.
군집 또는 구획 단위로 수일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포획하여 구획내 서식하는 길고양이의 75%를 중성화수술 시켜주는 것이 목표다. 당연히 '캣맘'들이 사전에 구획 내 길고양이들의 서식 실태와 개체수를 파악하고, 중성화수술 후 복귀하는 길고양이의들의 건강을 보살펴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고양이 TNR' 의 실효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예산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역 수의사회와 우리동네 길고양이 전문가인 '캣맘'들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고양이 중성화 수술은 의무화가 필요
고양이의 엄청난 번식력과 고양이의 습성 때문에 심각한 환경 갈등을 촉발한 사례가 있다. 2023년 3월1일 부터 마라도에 서식했던 섬고양이들이 섬에서 퇴출되기 시작했다. 2009년 섬 주민이 쥐를 잡을 목적으로 고양이를 데려온 이후 현재 마라도에는 60~70 마리의 섬고양이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까지 42마리의 섬고양이가 보호시설로 이송되었다고 한다.
마라도에서 고양이가 공생할 수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새를 사냥하는 습성 때문이다. 생존을 위한 먹이 사냥이 아니라 일종의 놀이 사냥에 가깝다. 쇠뿔오리를 비롯하여 장거리 이동에 지쳐있는 철새들 입장에서는 고양이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유희의 희생양이 된다. 이러한 문제는 마라도 뿐 아니라 조류가 서식하는 육지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바위틈이나 수풀에 둥지를 트는 조류들이 쉽게 희생당한다.
고양이의 번식력과 이러한 습성들을 고려한다면 우리 집이 아무리 시골 한적한 마을이라 하더라도 중성화수술 만큼은 꼭 해줄 필요가 있다. 부득이 유기되더라도 개체수의 폭증 만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순석 수의학박사
한국임상수의학회 부회장
SBS TV 동물농장 자문수의사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사) 한국동물복지표준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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