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은 봄이 한창이다. 매화가 팝콘처럼 꽃망울을 하나둘 터트리고, 나무에서 꽃송이째 떨어진 빨간 동백꽃이 길가를 수놓는다.
비교적 한적한 용남해안로 언덕 위에 있는 옻칠미술관에서는 앞이 탁 트여있어 바다를 보며 '물멍'하기도 좋다.
옻칠미술관은 70년간 전통옻칠 외길을 걸어온 김성수 관장이 2006년 설립했다. 김 관장은 1951년 통영에 설립된 경남도립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 1기생으로, 김봉룡 나전장 무형문화재로부터 처음 나전기법을 배우게 됐다. 이때 통영에 머물렀던 이중섭 화가는 그의 소묘 스승이었다.
그는 1963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國展)에 출품한 '문갑'이 문교부장관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4년 연속 특선을 차지하는 등 공예 예술계의 한 획을 그었다. 그러다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하던 1970년대 그는 전통 옻칠이 공예품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옻칠회화'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이처럼 옻칠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그가 사재를 털어 만든 옻칠미술관에는 그의 옻칠회화 작품들이 상설 전시돼있다. 지난해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기획전'으로 열린, 김성수 관장의 70년 회고전 격인 '옻칠특별전'에 전시됐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조선 목가구의 조형미와 전통나전칠기의 상감기법을 바탕으로 한 '상감기법 3단 옷장' 작품을 비롯해 서울 잠실 롯데호텔 로비의 초대형 천장화 '우주'(Cosmos)의 축소판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작품은 '현대옻칠회화'들이다.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무수히 많은 자개들이 드로잉의 재료가 됐다.
그래서 작품은 멀리서 한 번, 가까이서 한 번 봐야한다. 가까이서 들여다볼수록 그 섬세함에 놀라움이 더해진다. 다양한 형태의 자개 조각이 섞여 조형미가 극대화된다.
김 관장은 "우리의 것을 계승하고자 옻칠의 물성을 살려 회화로 발전시켰다"며 "전통 그대로를 가져오면서 현대적 감각을 더해 재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옻칠미술관에는 옻칠회화 작업과정을 담은 영상도 상영하고 있다. 나무판에 삼베를 입혀 옻칠과 건조를 수없이 반복해 캔버스의 역할을 하는 목판을 만들고, 자개를 끊어 붙이는 끊음질과 채색, 옻칠 등 60차례가 넘는 덧칠이 이어져야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
옻칠미술관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의 전혁림미술관(봉수1길 10)도 둘러볼만 하다. '색채의 마술사', '바다의 화가'로 불린 전혁림 화백이 30여 년간 거주한 공간을 그의 아들인 전영근 화가가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외벽 타일을 전 화백의 작품으로 장식해 이국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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