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검사입니다. 범죄에 연루되지 않으시려면 제가 하라는 대로 하셔야 합니다."
지난 3월 8일 오전 11시쯤 경북대 재학생 A(23)씨는 다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명의가 도용됐으니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선 시키는 대로 하라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신분증도 분실한 상태였던 A씨는 3시간 동안 통화하며 휴대폰 소액결제로 48만원을 결제했다. 전화를 끊고 3시간이 더 지나고 나서야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디지털 문화에 어두운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보이스피싱이 최근 대학가를 휩쓸고 있다. 이달 들어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증가하자 각 대학들도 비상이 걸렸다.
14일 경북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2년간 경북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사건이 240건 발생했다. 피해 금액도 1억 8천여 만원에 달한다. 경북대는 내부 공문을 통해 교직원들의 예방 활동을 독려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주요 수법은 검사 등을 사칭해 대학생에게 위력을 가하는 것이다. 범죄에 연루됐다거나, 취업, 알바 등을 미끼로 삼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모바일 뱅킹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대출받게 하고 그 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 지난 1월부터 두 달간 대구에서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89명 중 28.1%인 25명이 학생 또는 취업준비생으로 집계됐다. 대학들도 보이스피싱 예방에 분주하다. 대구가톨릭대는 지난 1월 교직원 900여 명에게 보이스피싱 예방 문자를 돌렸고 영남대와 대구대 등도 보이스피싱 사기 주의를 당부하는 포스터를 공지했다.
정혜정 북부경찰서 수사과장은 "지난해 대구지역 보이스피싱 신고 건수가 월평균 30건에 육박할 정도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경찰이나 검찰, 금융기관 등은 절대로 현금이나 상품권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꼭 명심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보이스피싱을 예방하는 앱인 '시티즌 코난'과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디서 사용되고 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e프라이버시 클린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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