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대학평의원회 제3대 의장에 비정규직 강사가 당선된 것은 대학가의 이슈임이 분명하다. 경북대 구성원들이 민주화 거버넌스에 적극적이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다른 대학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결이 다르다. 강사의 의장 당선 소식에 모두 입을 모아 되물은 말은 "그게 가능한가?"였기 때문이다.
대학평의원회가 있는 전국 대학에서 비정규직 강사가 의장에 당선된 것은 전국 첫 사례다. 경북대 대학평의원회 의장으로 당선된 이시활 전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장은 "경북대 등에서 중국문학을 강의해온 25년차 강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대학평의원회'를 간단히 말해 달라.
=사립학교법에서 사립대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기구로 애초에 도입된 걸로 안다. 이게 모든 국공립대학으로 확대된 것이다. 대학평의원회는 학칙 제정과 개정 등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학내 최고 심의·자문 기구다. 2018년 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 이후 모든 대학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도록 명시됐다. 경북대에서도 1년 동안 협의를 거쳐 2019년 출범했다.
▶경북대에서 대학평의원회의 위상은 어떠한가.
=학교 발전 계획 등 중요 사안을 심의할 수 있다. 대학 내 민주적 장치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대부분 국공립대학이 의장은 교수, 부의장은 교직원이 맡는 형태였다. 이제 경북대 대학평의원회는 정상적인 기능을 하려 한다. 그동안 교수회가 심의해온 것들에 반대 의사 없이 찬성해 통과시키는 거수기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대학본부 측의 변화를 요구하는 모양새다.
=그렇다. 학교도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정규직 교수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수, 교직원, 학생 등 모든 구성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 속에서 대학 발전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대학 정책 결정에 있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은 없어야 할 것이다. 총장과 보직교수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는 사라져야 한다.

▶일각에서는 학과 구조 조정 등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한 대학의 유연한 현실 대응에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바뀐다. 그러나 교육은 5년 만에 바뀌지 않는다. 미래 자원은 대학에서 결정되는데 우리는 고교 교육과정까지만 교육인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이 사회의 경쟁력이다. 교육은 공공성을 띤다. 교육 예산을 따내기 위한 보여주기식 구조 조정이 옳다고 볼 수는 없다.
▶윤석열 정부의 대학 정책의 축이 대구시와 경북도 등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가고 있다.
=구조 조정은 현 정권의 구미에 맞게 바꾸는, 일방적인 측면이 있다. 근본적인 대학 발전의 고민이 있는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대학을 기업화할 것은 아니지 않나. 효율성의 가늠자로 봐서는 곤란하다. 총장과 보직교수들의 강한 드라이브에 학교 운영을 통째로 맡겨서는 안 될 이유다. 교육은 재정적인 부분이 중요하지만 사회문화적인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에 맞춰 돈을 받아내기 바쁜 형태여서는 안 된다. 결국 대학은 사라지고 기업만 남게 되는 것이다.
▶대학평의원회 등 각종 위원회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현재 대학기구나 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대학 발전을 위해 논의하고 함께 고민하는 것이 본래 역할이다. 교수들 사이에도 형식적 의사 결정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떠나 학교의 발전을 위해 소통해 나간다면 속도는 다소 더뎌도 좋은 결론에 이르리라 짐작한다. 확실히 할 것은 경북대의 위기는 지방국립대 전체의 위기라는 점이다. 국가 교육정책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야 한다.

▶대구경북 다른 대학과 지역문제나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겠나.
=협의체 구성을 시도할 생각이다. 다만 각 학교별 구성원의 형태가 다르다. 난관이 예상된다. 사학의 경우 재단 관계자 등이 평의원회에 들어가 있는데 그래서 평의원회 구성과 역할이 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요식행위에 그친 경우가 많다.
▶전국 첫 비교수 출신 대학평의원회 의장이다. 각오를 밝혀 달라.
=대학평의원회가 대학 정책 결정에 형식적인 절차의 한 부분으로 끝나고 거수기 역할에 그쳤던 것이 아닌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모든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부분을 존중하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모아 대학의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겠다. 대학 발전에 중요한 부분인 총장 선거도 이런 민주적인 의사 결정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대학평의원회의 역할을 분명히 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