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유리창은 때로 풍경을 그대로 담는 캔버스가 되기도 한다. 경북대 박물관 '파노라마 라운지'가 몇 년 전부터 시쳇말로 '뷰 맛집'이 된 까닭이다. 일명 '상반신 없는 불상', 국가 보물인 '봉화 북지리 반가사유상'이 있는 곳이다.
서편과 북편으로 난 통창 네 개가 시원스레 풍경을 열어준다. 가장 큰 창은 가로 길이가 4m를 넘는다. 바투 붙은 통창도 2m 짜리니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한눈에 6m 화면이 파노라마처럼 열린다. 위치도 '풍경 명당'이다. 프랑스 파리로 치면 개선문쯤 된다. 본관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데다 캠퍼스 한가운데에서 모든 길을 조망할 수 있다.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은 제각각이다. 강의와 강의 사이 공강을 이용해 머물기에, 또 여러 사람에게 사랑받는 공간인 만큼 길어야 30분 남짓이다. 갖고 온 한 잔의 음료를 다 마시기 전에 일어선다.
박물관의 재발견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1959년 당시 도서관이던 건물 일부가 박물관으로 활용된 이후 웨딩 야외 사진 배경으로 각광받은 바 있었다. 다만 '뷰 맛집'으로 구전된 건 2016년 이후다. 전적으로 '봉화 북지리 반가사유상' 덕분이다.
박물관 전시실이 지금의 모습으로 리모델링에 들어간 경위는 이렇다. 2015년 9월 25일 ~ 11월 15일 2개월 가까이 국립중앙박물관의 고대 불교 조각 대전 특별전시에 '봉화 북지리 반가사유상'이 초대받은 게 발단이었다. 이때까지 '봉화 북지리 반가사유상'은 당산나무가 뿌리내리듯 경북대 박물관에 50년 가까이 있던 터였다.
막상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나들이 전시에 나서려니 높이 2m가량인 불상의 외출이 쉽지 않았다. 당시 전시실 문을 철거하고 재조립하는 공정이 필요했다. 원래 자리로 다시 오려면 역순으로 같은 과정을 밟아야 했던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를 위해 제작한 높이 55cm 짜리 받침대도 같이 가져와야 했다. 한층 키가 커진 '봉화 북지리 반가사유상'의 공간 확보를 위한 리모델링은 불가피했다.
분위기도 전환할 겸 기존 박물관 느낌의 창을 미술관 느낌의 통창으로 바꾸자는 제안이 박물관 내부에서 나왔다. 테이블도 두어 개 놔둬서 학생들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였다. 박물관의 아이디어는 대학본부 시설과의 과감한 실행으로 이어졌다. 이재환 학예팀장은 "관심을 끌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수치로 입증하긴 힘들지만 박물관 관람객 수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뷰 맛집'은 결국 반가사유상이 갖고 온 선물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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