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문화예술분야 숙원사업들이 국정과제에 채택된 지 1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답보 상태에 있는 것은 무엇보다 시청사 이전 난항이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애초 달서구 신청사 예정 부지 15만8천 ㎡ 중 9만 ㎡를 매각해 청사 건립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의회가 이에 반발해 지난해 12월 설계용역예산 130억원 전액을 삭감한 바 있다. 이에 대구시가 신청사 건립 추진을 잠정 중단함에 따라 경북도청 후적지 내 문화예술허브 조성 사업 진행도 사실상 '멈춤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보류상태로 계속 둘 수 없어 올해는 부지 활용 연구 용역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도청후적지 활용 연구 제각각
접근성과 상징성, 규모 등 이점이 크기 때문일까. 도청 후적지를 두고는 대구시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부 등이 제각각 활용방안을 찾고 있는 상태라 애초 계획했던 국정과제 채택 사업 방안대로 시행될 지는 불분명하다.
대구시는 지난해부터 도청 후적지를 포함해 군부대 등 대구시 전체 후적지 개발 방안인 '대구 도시 그랜드 디자인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용역 결과는 올해 상반기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체부도 최근 '경북도청 이전터 활용방안 연구 용역' 사업자를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했다. 용역은 올해 말까지 진행돼 내년 초쯤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각각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대구시와 문체부의 의견이 충돌할 경우 이를 어떻게 조율할지도 과제다. 대구시와 문체부는 서로 논의를 잘 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용역 결과가 판이하게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자칫 대구시와 문체부 간 눈치 보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은 "문화예술허브 조성은 대구 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아우르는 사업이니 만큼 신청사 이전, 토지 부지 활용 문제와 맞물리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대구시와 문체부가 같이 논의해 나가야 하며 별도로 연구용역에 나서더라도 중간 협의나 논의과정을 철두철미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도심융합특구 조성 사업에 묻히나
국토부와 대구시가 함께 추진 중인 '도심융합특구 조성사업'도 문화예술허브 조성사업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도심융합특구는 도심에 기업과 인재가 모일 수 있도록 산업·주거·문화 등 복합 인프라를 갖춘 고밀도 혁신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20년 국토부는 대구를 포함, 전국 4곳을 선도지구로 선정했지만, 2년 넘게 관련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 국토법안소위는 16일 회의에서 도심융합특구법에 대한 심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 특구 사업지에는 삼성창조경제캠퍼스, 경북대 등과 함께 옛 도청 부지도 포함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업이 겹치면서 문화예술허브 조성사업이 힘을 잃을 수 있기에 문화예술허브 조성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최근 대구 달성군이 문화예술허브 조성 사업의 하나인 근대미술관 유치에 뛰어들었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근대미술관 건립 예정지로 달성군을 언급한 바 있어 문화예술허브 조성사업이 기존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의 한 정치 인사는 "대구시가 옛 도청 부지에 근대미술관 등 문화예술허브 조성을 강력히 주장했다면, 해당 사업이 대통령 공약사업인 만큼 달성군이 애초부터 근대미술관 유치 목소리를 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홍 시장도 문화예술분야 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제 분야에 주력해왔기에 문화예술허브 사업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도심융합특구 중 문화 관련 사업이 일부 포함돼 있지만, 관련 회의에 대구시 내 모든 관계 부서가 참여해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도심융합특구 조성사업은 국토부, 문화예술허브 조성 사업은 문체부가 주관하며 관련 예산도 별도로 배정되기 때문에 협의를 잘 거치면 오히려 더욱 풍성한 문화 사업을 구성할 수도 있다"고 했다.
◆역사문화관광벨트는 올해 본격화
문화예술허브 조성과 함께 국정과제에 채택된 역사문화관광벨트 사업은 올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경상감영과 달성토성 복원 사업을 통해 대구 관광의 구심점이 될 역사 문화 관광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것.
먼저 경상감영 복원사업의 경우 올해 토지 매입과 연구용역에 집중할 예정이다.
2019년 대구시는 규모 3천42㎡의 옛 병무청 부지를 확보해 관풍루 이전과 중삼문 복원을 실행하기로 했지만, 관풍루와 중삼문을 지나 현재 경상감영에 남아있는 선화당을 진입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병무청 부지 앞 보호구역 7필지(943.5㎡)에 대한 추가 매입이 필요하다.
이에 시는 올해 해당 필지에 대한 매입 작업과 보상작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토지와 건물 매입 비용에 국비 104억원을 확보했으며, 경상감영 복원사업 종합정비계획 용역도 준비하고 있다.
관건은 대구우체국 이전이다. 경상감영 복원 예상 부지에 대구우체국이 포함돼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가 2016년부터 경북지방우정청과 이전을 논의하고 있으나 매입 예산 문제 등으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7년째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시는 종합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거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문화재청, 우정청과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달성토성 복원사업 역시 올해 1억3천만원의 예산을 반영해 연구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달성공원 내 동물원이 이전한 뒤 향후 부지 활용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경상감영 종합정비계획 용역은 올해 12월에 끝낼 예정이다. 종합계획이 나와야 우체국 이전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며 "올해는 옛 병무청 앞 7필지에 대한 매입‧보상 작업에 주력하겠다. 보상감정평가 뒤 예산이 부족하면 내년 예산을 더 확보해야하는 상황이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낙연 "민주당, 아무리 봐도 비정상…당대표 바꿔도 여러번 바꿨을 것"
'국민 2만명 모금 제작' 박정희 동상…경북도청 천년숲광장서 제막
위증 인정되나 위증교사는 인정 안 된다?…법조계 "2심 판단 받아봐야"
박지원 "특검은 '최고 통치권자' 김건희 여사가 결심해야 결정"
일반의로 돌아오는 사직 전공의들…의료 정상화 신호 vs 기형적 구조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