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야구 대표 이유 있는 졸전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한국 야구 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했다. 우리 대표팀은 '2023 WBC'에서 4강 진출을 목표로 했지만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호주에 졌고, 일본에는 콜드게임 패배 수모를 당할 뻔했다. 12일 체코를 7대 3으로 눌렀지만 프로 선수라고 보기 힘든 수비 실수와 폭투로 실점까지 했다. 졸전을 거듭해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뒤라 13일 중국전에서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고도 대표팀은 웃지 못했다.

야구 해설가들은 대표팀이 졸전을 거듭한 이유를 기본기를 잊은 플레이, 떨어진 정신력 때문으로 분석한다. 글쎄다. 더 큰 이유는 우리 체육계가 엘리트 체육과 정신력에 크게 의존해 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15, 16년 전 우리 야구 대표팀은 일본과 엇비슷한 경기를 펼쳤다. 선수 저변과 지원 체계, 지도 기술이 일본에 비해 열세였지만 어린 시절부터 이른바 '헝그리 정신'으로 운동해 온 선수들 덕분이었다. 하지만 '헝그리 정신'은 가난의 그림자일 뿐, 언제까지 거기에 매달릴 수는 없다. 출중한 선수가 적게 나오는 것은 그만큼 선수층이 얕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뛰어난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은 선수 저변이 넓은 덕분이다. 일본은 고교 야구팀이 4천여 개인 반면 우리나라는 90여 개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중고교에 야구팀이 적은 것은 엘리트 체육을 지향한 결과다. 일본 학생들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면서, 자신의 소질이 어디에서 더 빛날 수 있는지 점검할 여유를 가진다. 유럽 각국의 운동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중·고 운동부 학생들은 여전히 교과 공부보다 운동에 더 집중한다. 운동으로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니 선뜻 운동부에 들어갈 수 없고, 선수층이 얕을 수밖에 없다. 선수층이 얕으니 체육계는 엘리트 체육을 포기할 수 없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눈앞의 승리에 집착해 검증된 외국인 투수에 크게 의존하는 반면 국내 신인 선수를 키우는 데는 소홀하다. 뛰어난 투수가 나오기 어려운 것이다. '2023 WBC'에서 우리 투수들이 볼넷을 남발하고 밀어내기로 점수를 주는 장면은 보기 민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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