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어느 밤, 어느 길이었다. 가던 방향을 잃었을 때쯤 한 서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서점은 여느 서점과 다르다.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은 무한정이고 책을 살 필요도 없으며, 원한다면 서점 주인의 낭독을 감상할 수도 있다.
머리맡에서 동화책을 읽어주던 할머니. 잠자리에서 흘러지나간 환상들. 그 기억들은 여태 연서를 지탱하던 것들이었다. 현실에서 조금만 벗겨나가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리는 공상. 그런 생각만으로도 그녀는 가슴이 떨렸다. 이 아이에게도 어쩌면 그런 환상이 만들어지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연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갈게요. 저도 어릴 때 누가 책 읽어주는 걸 정말 좋아했거든요."(32쪽 중 일부)
여는 시간도, 닫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은 이 서점의 주인은 손님에게 분명 섬뜩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목소리에는 슬픔이 묻어있다. 귀신처럼 하얗고 투명한 피부에서 냉기를 뿜을 것처럼 생긴 서점 주인이지만, 온화한 미소로 기다리고 있었다 말하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묻는다.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누군가를 기다리고 그리워했던 그는 언제부터 이 자리에서 어떤 손님을 기다려왔을까.
서점 주인이 왠지 모르게 낯이 익어 찾아가게 되는 것도 같다. 혹시 내가 그 남자에게 호감이 있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인지, 그 남자가 보고 싶은 것인지 헷갈린다.
'밀리의 서재'에서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동명소설의 오디오북을 전자책 출간에 이어 종이책으로 출간됐다. 오디오북을 소설화해 출간되는 것은 유례없는 일로, 최초의 역주행 열풍을 일으켜 출판 시장의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자들의 종이책 요청 쇄도로 미공개 에피소드를 추가, 이번에 종이책으로 출간됐다.
잔혹동화 스타일로 분명 섬뜩하고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왠지 모르게 다 듣고 나면 슬픔과 여운으로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독자들의 후기가 많다. 서점 주인이 들려주던 기묘한 이야기에서 세계관을 넓고 깊게 확장시켜 서점 주인과 손님 사이에서 피어나는 감정을 촘촘하게 엮어 독자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한다. 311쪽, 1만5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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