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소방관 10명 중 8명 직업병, 그들이 건강해야 국민 지킨다

소방관들이 난청, 스트레스 등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다. 긴급 출동과 불규칙한 생활에 따른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는 소방관들도 많다. 소방관들의 신체 및 정신 건강의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대구소방안전본부가 지난해 전체 직원 2천736명을 대상으로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한 결과, 2천481명(90.6%)이 '건강 이상자'로 나타났다. 83.9%는 직업병 인정을 받았다. 소방관들이 앓고 있는 만성질환은 ▷고지혈증 22.8% ▷고혈압 21.7% ▷당뇨병 19.9% 등이다. 이들 질병의 주요 원인은 불규칙한 식사 및 수면, 스트레스로 직무와 관련 있다. 화재 현장 소음으로 인한 난청을 호소하는 사례도 9.5%에 이른다. 근골격계질환이 있는 이들도 많다.

소방관은 일반 공무원보다 재해나 질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훨씬 높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확보한 '2020년 공무상 재해로 인한 공무원 순직 현황'을 보면, 일반 공무원 1만 명 중 재해나 질병으로 사망하는 공무원은 0.42명, 0.25명이다. 반면 소방 공무원은 이보다 6배 높은 2.6명, 1.22명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2년 1월 14일까지 화재 구조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55명이었고, 다친 소방관은 4천219명이다.

소방관의 건강과 안전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는 ▷소방청 설립(2017년) ▷소방관 채용 확대 ▷국가직 전환(2019년) ▷국립소방병원 개원(2025년 6월 예정) 등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아직 '인력과 장비 부족'이란 고질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형 화재 현장 투입 후 휴식 시간을 보장하고, 공무로 인한 부상과 질병을 편하게 치료받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열화상카메라 등 소방관 안전을 위한 필수 장비도 더 확보해야 한다.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의 헌신은 소방관에 대한 국민적 관심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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