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 프로의 골프미학] <9>고반발의 함정, 정석 스윙에 방해

고반발 클럽, 과학적으로는 비거리 상승에 도움
스포츠의 본질 “신체의 능력을 활용, 한계에 도전”

고반발을 내세우며, 다양한 클럽헤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는 무관. TGF 골프피팅 제공
"장타는 모든 골프의 로망", 이번 시즌 PGA 장타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로이 맥길로이. 연합뉴스

장타에 대한 로망은 골프의 백미로 꼽힌다. 동일한 비거리를 앞에 두고 첫 티샷부터 장타와 단타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리게 마련이다.

세컨샷의 정확도까지 더해진다면, 장타 드라이버 골퍼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단타의 설움은 장비의 비약적인 진화에도 불구하고 골퍼의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부닥치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장비의 한계', 마법의 클럽은 없다

최근 들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마법의 클럽으로 소개하는 각 골프 메이커사의 과장 광고는 분명 드라이버 비거리 한계에 봉착한 골퍼들에게 희망의 전령임이 분명하다.

공인 반발계수 0.83. 이를 초과하는 클럽 헤드를 고반발 클럽으로 구분짓는다. 0.01의 계수가 약 3야드의 비거리를 더 확보할 수 있는 증명되지 않는 믿음은 0.90의 반발계수일 경우 21야드가 늘어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드라이버의 경우 이처럼 반발계수가 높을 때 헤드페이스면의 두께는 매우 얇아지며 타격의 충격도가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헤드스피드가 빠른 장타 골퍼가 고반발 드라이버로 타격할 때, 페이스면이 클랙(Crack, 단단한 두 물체가 맞부딪쳐 나는 소리)으로 금갈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실제로 고반발 클럽의 주요 타깃 고객은 시니어골퍼들로 한정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느린 헤드스피드로 단타의 설움을 겪고 있는 골퍼들에게 스윙의 개선없이 단지 클럽의 교체만으로도 20야드 안팎의 비거리가 늘어난다는 사실은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유혹임에 틀림없다.

서슴없이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클럽을 교체한 시니어들은 의외의 상황을 맞이하며 당황하기 십상이다.

가벼운 클럽헤드와 높은 반발계수는 오히려 몸에 익숙한 정상적인 클럽의 무게감각을 상실해, 스윙의 패턴과 일관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

고반발을 내세우며, 다양한 클럽헤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는 무관. TGF 골프피팅 제공

◆고반발 비거리 상승, 아이러니(?)

클럽헤드만을 비교 분석할 때 고반발 클럽의 비거리 증가는 해당 메이커사가 제시한 내용이 사실일 수 있지만 골퍼 개개인의 특성을 감안할 때 천편일률적으로 적용이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몸통의 에너지를 이용해 파워를 양산해야 하는 스윙 메커니즘에서 오로지 오른팔과 손목의 강직으로 볼을 때려 보내려는 골퍼들에게 유용한 고반발 클럽은 범용성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클럽의 절대 무게를 감소시켜 만든 고반발 클럽의 문제는 애초부터 휘둘러 스윙하는 골프 본연의 성격을 배반한 특성을 부여한 까닭에 골퍼들의 로망에 가까운 혁신적인 비거리는 불가능한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스윙의 개선으로 자신의 비거리를 늘리려고 노력하는 골퍼와 단지 고가의 고반발클럽으로 교체해 희망하는 비거리를 획득하려는 골퍼를 양차로 바라본 필자는 스포츠의 아날로그적 기능에서 현명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물질만능이 팽배한 자본중심적 토대에서 돈이 모든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마법의 능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신체적 능력을 발휘하는 아날로그적 성향의 스포츠는 최우선이 기량이며 도구의 활용은 제한적인 도움으로 그친다는 점이다.

농구를 잘하기 위해 값비싼 농구공이 필요하지 않고, 축구의 뛰어난 기량을 뽐내기 위해 엄청난 기능이 부여된 고가의 축구공이 해결책이 될 수 없듯이 골프도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골프 비거리라는 테마를 두고 소비자인 골퍼를 현혹하는 비정상적 골프마케팅이라는 점은 감출 수 없는 사실임이 틀림없다. 스포츠는 신체의 능력을 활용해 한계에 도전한다는 고전적인 명제가 아직도 유효한 이유를 새삼 되새겨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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