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왜 고정관념에 매몰됐나

박병욱 달인의 찜닭 대표

박병욱 달인의 찜닭 대표
박병욱 달인의 찜닭 대표

초등학교 시절 미술 시간이 가장 싫었다. 다른 친구들은 24색 크레파스를 가지고 왔는데, 나는 12색 기본색밖에 없었기에 내 그림은 화려하지도 않고, 보기에도 좋지 않았다. 흐린 하늘을 그리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내 크레파스에는 하늘색은 없고 파란색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늘을 그릴 때 주황색으로 그리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야 했다. 친구들에게는 하늘색은 파란색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우스운 이야기다. 출입국 자료에 의하면 2021년 기준으로 등록된 외국인이 12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지금처럼 많은 다국적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아직도 50년 전의 생각으로 하늘색은 파란색이라고 고집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피부색을 기준으로 살색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지금 우리의 정치 상황을 보면, 모든 것을 내 기준으로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내 생각과 다르면 틀렸다고 한다. 다름과 틀림을 구분할 줄 모를까? 같은 뉴스를 보면서 같은 사안을 놓고 어찌 생각과 해석이 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전을 찾아보면 '다름'은 '별다른 것, 다른 것과 구별되는 점' 즉 차이점을 말하는 것이고, '틀림'은 '바른 것에 어긋남' 즉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말이다. 이렇게 엄청나게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어째서 구분하지 못할까? 왜 하늘색은 파란색이어야 하고 피부색은 살색이어야만 할까? 회색이나 주황색의 하늘은 틀린 것일까? 검은색의 피부색은 틀린 것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적극 지지하는 '개딸'들이 수박 모양의 풍선을 길바닥에서 밟으며 터뜨리고 있는 장면은 너무 어색하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이미지를 붙인 인형을 아이들에게 장남감 총으로 쏴서 넘어트리는 게임을 시키는 것도 너무 지나치다. 극우 보수로 불리는 사람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에 가서 고막이 터지도록 확성기를 틀어놓고 주변 사람들의 일상생활도 못 하게 하는 것도 어색하고, 지나치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이재명 대표 조상의 무덤에 돌을 쑤셔 넣고, 이상한 글자를 써 놓은 것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할 일 없는 사람이 저렇게 많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거리에 너무 많은 정당들과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참으로 볼썽사납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어떻게 볼까 심히 걱정스럽다. 말과 글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내면적 거울이다.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는 사람은 글에도 품격과 깊이가 보인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헌법의 첫 문장으로 쓰고 있다. 민주주의는 여러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피부가 다르다고, 생각이 다르다고, 살아온 국적이 다르다고 우리는 틀렸다고 말하면 안 된다. 지금이라도 정치인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다름'과 '틀림'의 의미가 무엇인지 사전에서 찾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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