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시무태(得時無怠), 중국 주나라의 좌구명이 쓴 국어 월어 편에 나오는 말이다.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기에 때를 만나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물 들어 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우리 속담과 비슷하게 쓰인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은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휴전협정이 성립되자 새로운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동년 10월에 체결된 유일한 동맹조약이다. 현실적으로 미군 주둔은 한국 방위의 핵심 전력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전쟁 억지력으로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미국의 안보 우산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한미 간의 동맹관계는 1965년 '박정희-존슨' 간의 월남 지원 협조로 전투병을 파병함으로써 가장 안정적이고 확고한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닉슨 대통령은 1969년 7월 새로운 아시아 정책인 '닉슨독트린'을 선포함으로써 우리의 안보 상황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으며, 핵 위협을 제외하고는 아시아 우방국들은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핵심 화두로 던졌다.
'닉슨독트린'을 선포한 후 일방적으로 1971년 초 주한미군 1개 사단 2만 명을 철수했으며, 주한미군을 감축하지 않겠다는 존슨과의 약속이 무산됨에 따라 박정희 대통령은 강한 불만을 표시하였다. 박 대통령은 우리의 확고한 안보를 위해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불신은 오로지 자주국방밖에 없었다.
핵무기 개발 모험을 단행한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자구책이었다. 미국의 안보 우산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가진 박 대통령은 핵무장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강력한 정책 옵션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974년 인도가 핵실험을 한 후 미국은 핵무기 개발 감시를 위해 특별 정보기구를 설치했으며, 이 기구에 의해 한국의 핵개발 추진 상황을 조사해 냈다. 같은 해 11월 방한했던 포드 대통령은 핵무기 개발을 좌절시키고자 박 대통령에게 모든 계획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한국의 안보를 더는 미국에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박 대통령은 자주국방 구축을 위해 '원자력 개발계획'을 수립했으며, 공보비서 선우현과 육군보안사령관 강창성과 대담에서 한국은 1981년 상반기에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표명하였다.
이는 1969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태동에서부터 핵무장 시발점으로 과학 한국의 산실이 되기를 바라는 국가원수의 지침은 핵개발을 강행하려는 확실한 의지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시기에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무기개발위원회'라는 비밀위원회를 운영했는데, 원자력 기술 및 핵연료 기술개발을 위해 추진된 것으로 확인될 뿐만 아니라 1970년대는 국내에서 최초로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된 시기였고, 광범위한 원자력 분야의 기반을 구축한 시기였다. 오늘날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의 기술 자립은 이 시기에 정책적 기반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독자적 핵무기 개발계획은 미국의 강한 압력으로 결국 포기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박 대통령의 핵 보유 필요성 천명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일반적인 원칙을 초월했던 것으로 여겨지며, 이는 국가의 존폐에 따른 문제로 필요 불가결한 조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한 매체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핵우산 공약 불확실성으로 북핵 위협을 완전히 억제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우리 국민의 공감대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것처럼, 국민의 78%가 북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며, 77%가 전술핵 재배치는 물론 독자 핵무장을 찬성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북에 맞서 독자 핵무장을 이례적으로 언급했던 마당에 핵무장 군불 때기에 동참하는 국민이 많을수록 전쟁 억지와 기울어진 한반도의 군사적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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