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 경제인] <18> 김성한 DGB생명 대표이사 "인재는 실력보다 인성"

선한 영향력으로 보험업계 돌풍…신나는 조직문화 바탕 변액 펀드 수익률 1위
사람 중심 4가지 원칙으로 경영…갑질 문화 타파 앞장
디지털 대전환 맞아 기반 확대와 틈새시장 개척 노력

김성한 DGB생명 대표는
김성한 DGB생명 대표는 "수평적 소통이야말로 신바람 나는 직장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그래야 성과가 극대화 된다"고 강조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DGB생명은 보험업계의 강소(强小) 주자로 손꼽힌다. 업계 최초로 변액연금 펀드를 AI(인공지능)로 관리하는 변액보험, 국내사 첫 달러보험을 도입하는 등 수익성과 고객 니즈를 동시에 충족하는 상품을 선보이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공부하며 신나게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중심에 김성한 대표이사가 있다. 지속가능경영(ESG) 등으로 금융계 전반에 선(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김 대표는 CEO와 직원 간 정서적 소통을 확대하여 긍정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를 유도해왔다.

김 대표는 "DGB생명이 변액보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빠른 속도로 디지털 전환을 이루어내고 있는 것 또한 나이나 직급에 관계없이 임직원 모두가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소통의 문화에 기반한 성과라고 자평한다"며 소통과 탈(脫)권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작지만 꼭 필요한 곳에서 펼치는 사회공헌 활동도 두드러진다. 김 대표는 "내일 채용을 하게 된다면 실력보다 인성을 보고 뽑겠다"고 했다. "재주가 덕을 넘어선 안 된다"는 그의 지적은 MZ 세대에게 기본과 됨됨이를 당부하는 것으로 읽혔다.

-DGB생명을 소개해달라.

▶1988년 설립돼 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생명보험사다. 2015년 1월에 DGB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 현재 DGB금융그룹의 일원으로 튼튼하고 안정적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변액보험 뿐 아니라 모바일 청약, 디지털 플랫폼 강화, 핀테크 업체와의 협업 등으로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영업혁신에 주력하며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DGB만의 강점이나 경쟁력은?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변액보험 시장의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지난 2020년 업계 20위였던 변액 펀드 수익률이 2021년부터 2년 연속 1위다. 글로벌 시장의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고, AI 플랫폼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한다. 또 차별화된 서비스로 은행이나 GA(대형대리점) 같은 제휴사와의 신뢰 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 힘쓰고 있다.

-대표 상품에 대해 들려준다면.

▶'HighFive그랑에이지변액연금보험'은 변액연금 시장 내 스테디셀러다. 펀드 운용 성과에 상관없이 납입 원금을 최대 연단리 5%로 최저 보증한다. 업계 최초로 AI가 자동 운용하는 '마이솔루션AI변액연금'나 펀드운용 성과에 상관없이 최대 연단리 7% 최저 보증해 출시 3개월만에 대박을 터트린 'HighFive플러스변액연금'도 빼놓을 수 없겠다.

-일관되게 소비자 중심 경영에 주력해왔다. 성과는?

▶장기·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상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완전판매와 유지율 향상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내재화에 나섰다. 매월 세 번째 월요일에 '금융소비자의 날'을 지정 운영한다. 그 결과 13회차 유지율 90% 이상을 달성했다.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예상한다. 특히 전체 23개 생보사 중 최저 계약 해지율을 기록했다. 2021년 말 기준 효력상실해약률이 5.19%로 업계 평균 8.53%를 크게 밑돈다. 아울러 불완전 판매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보험업계에 뛰어든 이유라도 있나?

▶대학생(영남대 경제학과) 때 은사이신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께서 보험업이 미래가 밝다며 권유했다. 이 총장님은 'Y형 인재'를 역설하신 분이다. Y형 인재는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고, 그러려면 인성·창의성·진취성·전문성을 겸비해야 한다.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드린다.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현장 경영에 무게를 두다 보니 방역 수칙 준수로 활동에 제약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또 코로나로 인해 보험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중요성이 확대됐다. 보험업계에 뛰어든 빅테크와의 상생·협업, 성과 있는 디지털 혁신 업무자동화 도입, 모바일·전자청약, 마이데이터 사업, AI 고객관리, AI 언더라이팅, AI 보험금심사 등 계속 사업의 패러다임을 디지털화로 변화시키는 전기로 삼았다.

-경영 철학은?

▶사람 중심의 기업가 정신이다. 4가지 원칙 아래 경영을 한다. 공감과 수평적 소통의 조직 문화, 권한 위임과 실패의 용인, 인재 육성, 공정한 인사 평가다. 구시대적 갑질 문화 타파에 앞장서는 CEO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사 평가는 확고한 원칙을 세운 뒤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한다. 이의 제기와 재심 절차도 마련해뒀다.

DGB 생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이 인재양성이다. 전체 직원과의 런치 도시락 번개미팅, '북잇토크(Book, Eat, Talk)'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독서경영 우수 직장'으로 선정될 만큼 주목을 받고 있다. '더 차이나는 클래스 운영'처럼 인재육성 과정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런 프로그램이 안착된 데는 김 대표의 좌우명이 밑바탕이 됐다. 먼저 임현사능(任賢使能)이다. 세종대왕이 즐겨한 말로 위임할 인재와 부릴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는 의미다. 또 하나는 근자열원자래(近者悅遠者來)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말로 내부 직원과 소통하며 공감해야 고객이 많아지고, 사업이 번창한다는 믿음이다.

-올해 계획은?

▶디지털 대전환을 맞은 금융 시장에 대비하려면 대내외 디지털 기반 확대에 주력하는 게 필수다. 틈새시장 개척을 위해 건강등급(나이)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신(新) 트렌드 상품 개발을 검토 중이다. 변액연금보험과 보장성보험 투 트랙 전략도 가동한다. 흔히 비가 오면 은행은 우산을 뺐어가고, 보험회사는 준다고 하지 않나. 변액보험 순자산을 1조 5천억원 수준으로 성장시키고, 변액보험과 보장성보험을 5대 5 구조로 재편하여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다.

서울 종로구 소재 탑골공원 원각사 보궁 무료급식소에서 DGB생명 임직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성한 대표. 500명 분 이상의 국을 배식한 적도 많다고 한다. DGB생명 제공
서울 종로구 소재 탑골공원 원각사 보궁 무료급식소에서 DGB생명 임직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성한 대표. 500명 분 이상의 국을 배식한 적도 많다고 한다. DGB생명 제공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데

▶작지만 꼭 필요한 곳에서 봉사 활동을 많이 하려고 한다. 좌우명 중 하나가 녹명(鹿鳴)이다. 사슴은 다른 동물과 달리 먹이를 발견하면 울음소리를 내 배고픈 다른 사슴들과 나눠 먹는다고 한다. 탑골공원 노인과 노숙인을 위한 무료 급식소 지원, 보육시설 '남산원' 텃밭 가꾸기, 정신장애인 재활시설 '새오름터'에 임직원 도서 기증 등 참여형 사회공헌을 펼치는 이유다.

-고향 모임은 어떻게 하고 있고, 대구경북에는 자주 가나?

▶경북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에서 태어났고, 길안면 향우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신년교례회 때는 200명 넘게 참석했다. 면 단위 행사로는 유례가 없다고들 하더라. 고향에 구순(九旬) 노모가 계시다. 친구들도 있어 가급적 자주 찾는다.

-일과가 긍금하다.

▶오전 5시면 일어난다. 30분 정도 하루 일정을 체크하고 운동을 한다. 인문학을 주로 공부 하는 조찬 모임이 없을 때면 7시 30분쯤 출근한다. 회의나 보고는 최대한 줄여서 한다. 어제 밤에는 서울 송파둘레길 21㎞를 걸었다. 3시간 36분이 걸리더라, 하하. 건강한 CEO라야 건강한 리딩을 할 수 있다.

-내일 당장 채용을 한다면 어떤 인재를 뽑겠나?

▶인재는 양성하고 육성하는 것이다. 자꾸 열매 맺은 나무를 찾으려고 하는 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재주가 덕을 앞서서는 안 된다. 난 사람 보다 된 사람을 보겠다. 실력은 신바람 나면 쌓을 수 있지만 덕을 그렇지 않다. 배려심 같은 인성을 갖춘 인재가 조직에 필요하고,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DGB생명 로고 앞에 선 김성한 대표. AI(인공지능)로 관리하는 변액보험 등을 보험사 최초로 선보여 회오리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이무성 객원기자
DGB생명 로고 앞에 선 김성한 대표. AI(인공지능)로 관리하는 변액보험 등을 보험사 최초로 선보여 회오리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이무성 객원기자

◆김성한 대표는

조선시대 대사간, 대사헌, 성균관 대사성 등을 지내며 강직하기로 이름을 날린 보백당(寶白堂) 김계행 선생의 후손이다. 김 대표는 보백당을 추모하기 위한 묵계서원 인근에서 자랐다. 보백당이 만년에 머물렀고, 인기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주무대인 만휴정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할아버지의 오가무보물 보물유청백(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우리 집에 보물은 없다. 있다면 오로지 청백 뿐)이라는 가르침은 김 대표 가치관 형성과 경영 철학의 뿌리로 여겨진다. 서울대 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마쳤다. 또 여주대 부설 세종아카데미 원장으로서 세종대왕 정신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자신이 직접 운전해 출근할 정도로 구성원을 배려한다.

교보생명에서 잔뼈가 굵었다. 대구지역본부장과 변액자산운용(이상 상무)을 담당했다. 이어 경영기획·재무·법무, 정책지원담당 겸 노블리에지원팀 전무로 능력을 발휘했다. 2020년 DGB생명 대표로 취임해서는 선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보험업계 초유의 기록을 여러 차례 갈아 치웠다.

세계중소기업학회(ICSB)와 꼼파니아학교가 공동주관하고 한·인도네시아 경영학회(KIMA)가 개최한 '2022년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 시상식'에서 서비스 부문 대상을 받았다. 기업가정신을 회사 전체 구성원에게 확산시키고 성과를 극대화한 경영인이라는 평가였다.

또 2022 대한민국 금융대상 생명보험대상을 수상했다. 차별화된 변액 상품과 서비스로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소비자 만족을 높인 공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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