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16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도쿄 번화가인 긴자의 스키야키 식당에서 부부 동반으로 만찬을 함께 한 뒤 양 정상만 별도로 인근 음식점에서 2차를 가진 가운데 어떤 얘기를 주고 받았는지, 분위기는 어땠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양 정상은 오므라이스 발상지로 알려진 긴자 '렌가테이'(煉瓦亭)라는 경양식집에서 통역만 대동한 채 맥주와 소주, 오므라이스 등을 먹고 마시며 격의 없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양 정상은 이곳에서 맥주잔을 하나씩 놓고 담소를 나누며 마시다가 윤 대통령이 화합·융합의 취지로 한국 소주를 한잔 마셔보는 게 어떻겠느냐며 제안했고, 이를 마신 기시다 총리는 '한일우호의 맛'이라 표현하며 맛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기시다 총리는 한국 소주도 맛있지만 일본 술도 마셔보자고 해 고구마 소주도 주고 받은 것으로 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이 과정에서 양 정상은 '화합·융합'을 언급하며 소주를 마신 것으로 미뤄 '화합주', 맥주에 소주를 타서 먹는 이른바 '폭탄주'를 마신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맥주에 소주를 탔느냐'는 질문에 "화합을 위해 마시는데 타서 마시는 게 중요하냐, 한잔 먹고 또 한잔 마시는 게 중요하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양 정상이 술잔을 나누며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던 중 윤 대통령이 1965년 이뤄진 한일수교를 언급하며 임기 중 한일관계를 가장 좋게 만들고 싶다는 의사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의 솔직한 모습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한일관계가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는 취지의 말로 화답한 것으로 안다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의 얘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마지막에 기시다 총리가 한국 방문 때 이런 소통의 자리가 또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하면서 이 자리가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독도와 위안부 관련 발언을 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독도 관련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 요청과 관련해선 "논의된 내용을 전부 다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공식 발표 위주로 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에서 정권을 잡자마자 합의에 문제 있다며 위원회 만들어 조사하고 재단을 만들어 파기했고, 임기 말엔 파기가 아니라고 했다"며 "위안부 문제는 우선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입장 갖고 있는지 밝혀주는 게 앞으로 상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 대통령은 17일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전날 한일 정상회담 관련 소회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12년만에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국가인 양국 국민께 한일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알려드리게 되어 뜻 깊게 생각한다"며 "미래 세대를 위해 더욱 밝은 양국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나가길 바란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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