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로나19 확산 주범은 너구리? WHO "중국, 빠르게 공유했어야"

우한 수산시장 유전자 샘플 재분석…너구리 DNA 상당량
"중국, 공유할 게 있으면 빠르게 해달라" 촉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봉쇄 해제를 사흘 앞둔 5일 시청 공무원이 통행 차단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봉쇄 해제를 사흘 앞둔 5일 시청 공무원이 통행 차단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 연구소가 코로나19 초기 확산에 중국 시장의 너구리가 연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바이러스 확산의 주범으로 꼽히는 중국은 이전부터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를 감춘다는 의혹이 불거져 왔는데, 이번 국제 연구소의 발표로 논란이 또 한번 일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과학 연구소인 '스크립스 리서치'(Scripps Research), 호주 시드니대학교, 미 애리조나대학교 등 소속 국제 연구진은 중국의 우한 수산시장 내 동물 우리, 수레, 바닥 등 곳곳에서 2020년 1월∼3월 채취된 유전자 데이터에 대한 재분석을 실시했다.

이 수산시장은 어물부터 박쥐와 천산갑, 뱀, 오리, 지네, 너구리, 토끼 등 각종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팔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가 2019년 12월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으로 보고됐을 때 이 시장이 최초 발병지로 지목되기도 했다.

국제 연구진이 분석한 유전자 샘플은 3년 전 중국 측이 먼저 분석했는데, 중국은 올해 1월에 국제 인플루엔자 정보공유기구(GISAID)에 관련 데이터를 공개했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데이터가 삭제됐으나, 완전히 사라지기 전 프랑스의 한 생물학자가 이를 발견했다. 그가 국제 과학자 그룹과 공유하면서 데이터가 재분석됐다.

이번 재분석에서는 코로나19가 동물이 아닌 인간으로부터 발생한 것이라고 결론 낸 중국 측 주장과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분석 과정에서 코로나19에 양성 반응을 보인 유전자 샘플에는 우한 수산시장에서 판매됐던 너구리의 유전자가 많이 섞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바이러스 확산에 숙주 역할로 꼽혔던 박쥐가 아니라 너구리가 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셈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확인한 미국 시카고대학교 전염병학자 사라 코비는 "단순히 인간에 의한 감염이라면 유전자 샘플에 이렇게 너구리 DNA가 섞여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제 과학자도 코로나19와 야생동물 간의 연관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루이지애나 주립대 슈리브포트 보건과학센터의 바이러스 학자 제러미 카밀은 "감염된 너구리가 그 시장에 있던 것은 분명하다"면서 "중국 정부가 실제로 뭘 알고 있는지에 대한 더 큰 의문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WHO는 중국이 코로나19와 너구리 등 야생동물 간의 관련성을 더 빠르게 공표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발병지로 지목된 수산시장의 유전자 샘플 등 데이터들을 빠르게 공유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 데이터는 3년 전 공유될 수 있었고 공유됐어야만 했다"면서 "우리는 중국이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필요한 조사를 수행하며 그 결과를 공유할 것을 계속해서 촉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CNN은 이번 국제 연구진의 재분석 결과가 코로나19의 기원을 밝혀주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너구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됐던 게 확실한지, 또 너구리가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게 맞는지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너구리가 아닌 다른 동물이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거나, 코로나19에 먼저 감염된 사람이 너구리에게 전파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CNN은 덧붙여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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