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판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천종호 대구지법 부장판사가 소년 교정시설을 확충하고 청소년회복시설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대구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 강연에서 비행청소년을 향한 편견을 버리고 사회가 아이들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수성문화재단은 18일 수성구 범어도서관에 천종호 부장판사를 초청해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특강을 마련했다. 이 강의는 예매가 시작된 7일 당일 모든 좌석이 매진됐으며, 140석 규모의 강당은 강연을 들으러 온 지역주민들로 가득 찼다. 이날 2시간 동안 진행된 강의에서 천 판사는 '학교폭력과 비행청소년'을 구분해 소년 범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판사는 "학교폭력에 해당하려면 피해자가 '학생'이어야 하고 범죄 행위는 '폭력'에 해당해야 하는데, 8년 동안 소년범 판사를 지내면서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소년범죄는 5건 중 1건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나머지 80%는 학교 밖 청소년의 비행인데, 학교폭력이 아닌 청소년 비행을 엄벌하게 되면 아이를 벼랑 끝으로 몰아 오히려 다른 범죄를 저지르도록 만든다"며 "학교폭력과 비행청소년을 구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부장판사는 한국의 소년교도소가 매우 적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소년범죄가 1년에 6만건 정도 발생하는데, 소년교도소와 소년원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5천명에 불과해 나머지 5만5천명은 우리 곁에 남아 있다"며 "특히 소년교도소는 김천에 남성만 들어갈 수 있는 시설 1개뿐인데, 여성을 위한 시설과 나이대별로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천 부장판사는 교정시설 외에도 비행청소년들을 돌볼 수 있는 '청소년회복센터'에도 주목했다. 청소년회복센터는 낮은 처분을 받아 집으로 돌아갔지만 가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소년들을 위해 천 판사가 기획한 사법형 그룹홈이다. 부모와 가족을 대신해 아이들을 보살피고 훈육할 수 있도록 2010년 경남 진해에 처음 생겼고, 지금은 경남 창원, 울산 등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천 부장판사는 "소년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아동학대의 상처를 입은 후 학교와 사회에서 배제된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회복센터에서 양부모를 만난 아이들이 현재 잘 자라고 있는 만큼 전국에 더 많은 센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연을 들은 시민들도 청소년회복센터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고등학생 동생과 함께 강의를 들으러 온 신은정(21) 씨는 "청소년 범죄자를 무작정 엄벌하는 것이 아니라 재활할 수 있도록 법이 기능해야한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며 "소년법 폐지와 관련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강연을 기획한 수성문화재단 관계자는 "천종호 부장판사는 8년 동안 소년 재판을 맡으며 지금도 여전히 청소년들에게 바른길을 안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역주민들이 이번 강연을 통해 법과 정의, 좋은 사회 구성원이 되는 방법에 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