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정국 현황에 대해 전언 형식의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사실상의 막후 상왕정치에 대한 반발이 나오는 가운데, 사정당국의 문 정권 안보라인 수사와 이른바 이인규 회고록 등으로 수세에 몰린 데 대한 대응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난 1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사실을 공개하며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악재나 조건의 어려움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가는 모습이고 국민들께서는 그것을 보고 계신다. 민주당의 지금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가고 화합해 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친명계와 비명계 간 계파 갈등이 심화되는 데 대한 자제와 화합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지난 17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최근 경남 양산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께서는 '지금 현재 민주당이 총 단합해서 잘해야 되는데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 이재명 대표 외에 대안도 없으면서 자꾸 무슨'이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두고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사퇴론'이 나오는 데 대해 문 전 대통령은 전언 형식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당 내에선 문 전 대통령의 전언정치에 즉각 반발이 터져 나왔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최근 CBS 라디오에 나와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 외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과도하게 말씀하신 거고 전달한 분도 잘못 전달한 것"이라며 "우리가 문재인 대통령 꼬붕(부하)이냐? 문 대통령이 지시하면 그대로 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선 퇴임 후 현실정치와 단절하고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문 전 대통령의 변화 배경에 최근 전 정권 인사들은 물론 문 전 대통령 자신까지 공세에 직면한 데 따른 대응책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은 24일 법정에 처음으로 출석하는 등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된다.
아울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 원인을 변호인으로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무능과 무책임' 탓으로 규정하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으로서는 퇴임 1년 만에 정권의 정당성 자체가 위협받을 상황에 처하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 장기화로 리더십이 흔들릴수록 문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더욱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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