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2시쯤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 주말인데도 사저 앞은 조용하고 한적했다. 박 전 대통령 입간판과 태극기는 먼지가 쌓였고 빛이 바랬다. 새해와 생일을 기념해 지지자들이 놓고 간 화분은 관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사저 옆 공터는 차량이 서너 대에 불과할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 한 방문객은 경호원을 향해 "(박 전 대통령) 건강은 어떠셔요. 얼굴이라도 비춰주시지"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달성 귀향 1주년'을 맞이한 박 전 대통령이 외부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사저 주변도 적막한 분위기다. 지난해 3월 24일 박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로 낙향하면서 이곳이 보수층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은 사저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대구 달성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는 방문객은 평일 200~300명, 주말 500명 수준으로 입주 당시와 비교하면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사저 외부를 경호하는 경찰 인력도 대폭 축소됐다. 대통령 경호처 인력 외 사저 외부를 경호하는 경찰 인력은 애초 20여 명이었으나, 방문객이 줄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
주민들도 박 전 대통령을 목격하기가 쉽지 않다. 사저 안 마당에서 산책을 한다는 소문과 병원에는 다녀오시지 않겠느냐는 여러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유가사와 송해공원, 비슬산 등 대구 근교에 방문했다가 경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에 관광객을 유인할 만한 상권이 조성돼 있지 않고 관광 콘텐츠도 없어 찾더라도 사진만 촬영하고 금세 자리를 뜬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송해공원에 방문했다가 이곳을 찾은 허순(69) 씨는 "지난해 초에는 사저 공사할 때부터 방문객들로 붐볐다. 사저가 대구 교외에 있고 교통편도 안 좋아 자주 오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기현(71) 씨는 "서울에서 지내는 여동생과 유가사에 다녀오는 길에 들렀다. 박 전 대통령을 볼 수도 없으니 아쉽지만 사저만 찍고 간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영상을 촬영하던 보수 유튜버들도 발걸음이 끊긴 상태다. 대통령 경호처 관계자는 "입주 초반과 달리 오더라도 일주일에 두세 명 정도고, 매일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귀향 당시 꾸려졌던 지역 지지자 모임인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달성환영단(이하 달성환영단)'도 박 전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교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달성환영단 소속 변태곤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구 달성당원협의회 사무국장은 "주기적으로 사저에 제철과일이나 떡을 넣어드리고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 드리는 것밖에 없다"며 "건강이 회복되고 있으시다고 하니 5월쯤이면 활동을 하지 않으실까 싶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두문불출하는 행보에 건강을 우려하는 여러 추측과 함께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달성에 사저를 마련한 후 외부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아 아쉬워하는 지지자들이 적지 않다"며 "박 전 대통령의 행보가 전혀 없어 지역사회에서 말이 아예 안 나오고는 데다, 사저와 가까운 테크노폴리스 일대에는 젊은층이 많은 것도 관심이 줄어든 배경"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박 전 대통령이) 편안히 지내고 계신다. (달성에서 지낸 소회는) 다른 기회에 편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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