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뜨겁다. 붉게 타오르는 나무는 몇 년을 기다려야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 요즘 건조해진 날씨 때문에 나무들이 위험에 빠져있다. 마음이 피곤해지고 힘들 때 위로받기 위해 많은 사람이 산을 찾는다. 숨을 서로 주고받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 또다시 찾아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히 돌아오곤 한다.
겨우내 힘들었던 시련을 극복하고 눈 속에서 봄을 알리는 꽃이 있다. 바로 복수초다. 매년 복수초를 바라볼 때마다 척박한 땅속에서 황금 노란색의 자태를 뽐내며 피어나는 것이 존경스럽다. 겨울을 날 때 절집에 있으면 뼛속 깊이 스며드는 카랑카랑한 바람 때문에 마음이 웅크려진다. 그 마음을 활짝 펴기까지 시간이 꽤 길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지루함도 한몫한다.
법정스님 '서 있는 사람들'에서는 "그늘을 짙게 드리우고 있는 정정한 나무 아래 서면 사람이 초라해진다. 수목(樹木)이 지닌 그 질서와 겸허와 자연에의 순응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부끄러워진다. 사람은 나무한테서 배울 게 참으로 많은 것 같다"라고 나무에 관한 생각을 표현하셨다.
몇 년 전, 어린 자녀를 둔 환자가 임종에 가까워졌을 때 한 말이 생각이 난다. "스님, 내가 죽으면 저 어린 자식은 어떡하죠? 엄마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라고 말이다. 그때 나는 삶과 죽음을 나무에 비유했다. "보살님, 봄이 되면 새싹이 생기고 꽃이 피며, 때가 되면 잎이 떨어지죠. 그리고 그 잎은 다시 뿌리로 스며듭니다. 봄이 오면 또다시 새잎이 돋아나죠"라고 말했다.
그 후 나는 임종 환자의 어린 자녀에게 전했다. "엄마는 또 다른 모습으로 올 것이니 열심히 사는 모습을 하고 있다면 엄마가 금방 알아볼 거야"라고 말이다. 뜬구름 잡는 소리 같지만, 우리는 모두 죽음 앞에서는 겸허해지고 받아들여야 함을 배워야 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받아들이고 사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두운 죽음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나무에 비유하면 그 안에 밝음을 볼 수 있다.
나무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 웅장함은 스스로 겸허해지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마음이 불안하고 답답할 때 그 나무 아래에 앉아 그냥 멍하니 앉아 있는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그런 나무들을 우리는 지켜내야 한다. 고마움을 받으면 감사함의 표현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삶 안에서도 감사함을 느끼면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죽음이 임박했을 때 사랑하는 마음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된다.
나무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삭막한 공간 안에서 우뚝 선 나무 한 그루가 주는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나무는 희망이다. 마음만 먹으면 많은 것을 만들어내는 지금의 시대이지만 자연스럽게 사계절을 묵묵히 견뎌내며 때가 되면 인내의 결실을 보여주는 그 모습은 흉내 내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현대인의 감정인 불안, 두려움, 우울, 분노와 같은 아픈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고 묵묵히 순응하는 나무를 닮아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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