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교육 기회의 평등보다 노동시장 결과의 평등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0년대 이후 교육 기회의 확대가 사회이동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만큼 어느 대학을 나오건 비슷한 일을 한다면 비슷한 대우를 받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0일 '한국 청년은 언제 집을 떠나는가'라는 주제의 국가미래전략 인사이트(Insight) 제64호를 통해 한국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9개 국가 청년들의 성인 이행 경로의 특징을 분석했다.
연구 담당자 이상직 삶의질그룹 부연구위원은 각 국가 청년들이 언제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하는지, 언제 집을 떠나고 결혼하는지 등 생애 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그 결과 ▷서유럽형 ▷북유럽형 ▷동유럽형 ▷동남유럽혼합형 ▷남유럽형 ▷동아시아형 등 여섯 개 유형이 도출됐다.
한국과 일본이 포함된 동아시아형은 졸업과 취업, 분가와 결혼, 출산 등 주요 생애 사건 경험 시점이 전반적으로 늦고 분가·결혼·출산 시점이 몰려 있는 특징을 보였다. 동아시아형과 가장 거리가 먼 유형은 북유럽형으로 분가와 동거, 출산 시점이 이르고 교육 수준은 높지만 구직 기간이 짧고 고용률이 높았다.
이상직 연구위원은 한국사회 청년이 집을 떠나는 시점이 2010년대 이후 매우 늦어지고 있으며 그 이유로 교육 기회 확대의 한계 및 노동시장 기회의 계층화로 경쟁이 치열해진 점을 꼽았다.
청년들에게 공식(형식)적으로는 열린 기회를 제공하지만, 비공식(실질)적으로는 고도로 계층화된 기회를 제공한다는 맥락이다.
이 연구위원은 "경제가 성장하고 노동시장이 확대되던 시기에는 뜨거운 교육열과 교육 기회 확대가 사회이동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작동했다"면서도 "2010년대에 오면 교육 기회 확대는 한계에 다다랐고 노동시장 기회는 계층화돼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진단했다.
같은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승패에 따른 결과의 차이가 커졌고 이는 주요 생애 사건 경험 시점의 지연을 낳는다는 분석이다. 이에 한국사회가 기회의 평등보다 결과의 평등에 더 주목해야 지연을 만회할 수 있다고 이 연구위원은 지적한다.
그는 "누구나 서울대에 들어갈 수 있게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어느 대학을 나오건 비슷한 일을 한다면 비슷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적 자본을 키우는 것 이상으로 노동시장 격차를 줄이는 데 힘을 써야 하고, 기본소득 등 사회 정책의 맥락에서 삶의 격차를 줄일 방법도 상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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