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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창] 의료불균형이 해소되려면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국민건강보험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1년 건강보험진료비는 95조4천376억원으로 전년대비 9.6% 증가하였다. 이 중 보험급여비는 76조7천134억원으로 대부분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41조3천829억원)로 사용되었다. 노인 인구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08만5천원으로 2019년 적용인구 1인당 연평균 진료비인 185만7천원에 비해 3배 정도 높았다. 이를 반영하듯 2021년 12개 만성질환 진료비는 39조2천109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대비 8.1% 증가한 수치이다. 이에 정부는 건강보험진료비 증가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2022년 말 필수의료 대책을 발표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보다는 건강보험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건강보험진료비가 증가한 만큼 만족할 만한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2021년 83.6세로 1970년 62.3세에 비해 약 21년이 늘었다. 이는 OECD 평균인 80.5세에 비해 약 3년 정도 길며, 기대수명이 가장 긴 일본과 비교해서도 약 1년 정도의 차이이다. 기대수명이 길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이 OECD 평균에 비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공중보건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예방가능사망률과 의료 서비스를 통해 줄일 수 있는 치료가능사망률이 지난 18년간 OECD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은 얼마나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나라 국민들이 주관적으로 건강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아쉽게도 OECD 평균인 68.5%에 비해 현저히 낮은 33.7%였다. 특히, 미국과 대비해 볼 때 거동 불편, 만성질환, 낮은 교육수준 등의 요인으로 건강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돌봄은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취약하고, 만성질환이 일차의료 수준에서의 진료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낮은 교육수준은 경제적 격차로 인해 그대로 의료불균형으로 이어져, 소득수준이 낮은 환자의 사망률 증가로 이어진다. 소득 상위 20%의 기대수명과 소득 하위 20%의 기대수명의 격차는 2014년 6.24세에서 2017년 6.48세로 더 벌어져 건강수준의 계층 간 차이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를 민간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공적재원에 의한 의료비 부담률이 57%로 OECD 평균 71%에 비해 낮다. 따라서 의료비로 인해 빈곤층으로 전환되는 재난적 의료비의 비율이 OECD 평균 5.4%에 비해 7.5%로 높은 편이다. 지난 정권은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건강보험 보장률 70%를 목표로 많은 재원을 투여하였지만 64.2%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OECD 평균에 비해 의료 수가는 낮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 대비 OECD 평균에 비해 106% 정도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다. 만일, 지금과 같은 속도로 의료비가 증가한다면 현재와 같은 보건의료 제도는 유지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만일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면 의료불평등을 해소될 수 있을까? 아니다. 보장성을 높이더라도 의료불평등으로 인해 지역에 큰 종합병원이 없어 양질의 의료를 이용하지 못한다면 건강수준이 개선될 리 만무하다. 안타깝게도 이것이 현재 우리 의료시스템이 처해 있는 현실이다. 이런 지역 불균형의 해소를 위해서 정부는 공공병원 설립 및 지역필수의료인력 확충을 통해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정책의 성공 가능성은 현재로는 높지 않아 보인다. 바로 필수의료 인력의 절대적인 부족 때문이다. 정부는 국립대교수 신분의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의사로 공공임상교수제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지만 지원자는 전무한 실정이다. 오히려 정부의 정책을 비웃듯이 지역거점병원의 필수의료 인력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보다 전향적이고 진정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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