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죽창가만 언제까지 부르나

오수진 전 한국총포협회 중앙회 회장

오수진 전 한국총포협회 중앙회 회장
오수진 전 한국총포협회 중앙회 회장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은 고 여운택 씨 등 4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신일철주금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각각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강제집행은 한일 양국 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고, 실제 신일철주금에 대한 강제집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우리 대법원 판결에 반발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수출을 규제했고, 통화 스와프도 중단했다.

우리나라 또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반발하여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고,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파기하는 등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일본 정부의 소부장 수출규제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지만 문재인 정부는 사과도 보상도 얻어내지 못한 채 5년 동안 죽창가만 부른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2012년 8월 10일 우리나라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했다.

독도 방문 이후 이 전 대통령은 광복절 행사에서도 '위안부 문제와 천황 사과'를 요구하는 등 일본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당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유감 성명을 발표하고, 주한 일본 대사를 소환하는 등 양국 관계는 냉각되었다.

임기 마지막 해에 접어든 이 전 대통령은 레임덕과 국정 지지율 하락으로 곤경에 처했지만, 반일 감정을 부추겨 국정 지지율을 크게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좌든 우든 간에 반일 카드는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활용 가치가 매우 큰 '정치적 카드'로 보여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밀착 외교를 두고 야당은 사죄도 없고, 배상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통령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방 이후 일본 정부는 20여 차례 식민 지배에 대해 사과를 했다고 하니, 일본 국민들의 반한(反韓) 감정도 우리 국민들 못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과하라, 배상하라'고 하니,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 아니겠는가?

박정희 정부는 지난 1965년 국민들의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일회담을 추진했다.

그 결과 일본 정부로부터 유·무상 경협 차관을 받아 경부고속도로, 포스코, 한전, KT&G 등 기간산업(基幹産業)에 투자하여 오늘의 경제발전 기틀을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 또한 일본에 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 검토했지만 한일 협정으로 국제법상 완결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따라서 1965년 체결한 한일 협정으로 미흡하지만 식민 지배에 대한 배상은 완결된 것이다.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한일 간에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여 '김대중 오부치 공동선언'을 했고 일본 총리는 '식민 통치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했다.

따라서 1965년 한일 협정과 '김대중 오부치 선언' 등으로 식민 지배에 대한 배상과 정치적 해법은 완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제 일본으로부터 사과도 배상도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보여지고, 일본 또한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 '사과하라, 배상하라'고 할 것인가?

일본은 동북아 안보를 함께해야 할 비중 있는 우방인데, 죽창가만 부를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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