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동일본대지진을 소재로 삼은 '스즈메의 문단속'은 박스오피스 1위다. 농구를 소재로 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새해 벽두부터 관객몰이를 하며 국내 개봉 일본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 25주년을 맞는 해다. 한국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 등 양국의 민간 교류는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이후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공식 합의 문서에 명시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일본에서 12년 만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16일)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경색된 한일관계 정상화 계기가 마련됐지만, 외교적으로 내준 것에 비해 얻은 게 거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과거사에 대한 진솔한 사과 대신 애매하고 포괄적인 표현으로 일관했다. 일본 언론들은 독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이 한일 정상간에 거론됐다고 보도해 논란을 키웠다.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28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심사를 통과한 초등학교 검정교과서 가운데 11종 교과서에서 모두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표현했다. 내년부터 일본 초등학생들은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을 배우게 된다. 역사 왜곡은 물론, 독도 침탈 야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다. 독도를 고유 영토라고 우기는 일본의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
한국은 일본의 교과서 역사 왜곡, 망언 사태가 터질 때마다 규탄하고 반일을 외쳤다. 한일 역사에서 언제나 가해자는 일본이었고, 피해자는 한국이었다. 일본은 임진왜란, 정유재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고 했지만, 사과보다 망언이 더 많았다는 점이 문제다. 일본은 사과를 부정하는 역사 왜곡 발언과 망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교과서의 역사 왜곡도 마찬가지다.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고 미화하기 위한 속셈이다.
윤 대통령은 '제3자 변제'라는 강제동원 배상 해법을 제시하며 대승적으로 일본에 손을 내밀었다. 진정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일본 정부는 실망스러운 교과서 검정 결과를 내놓았다.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지 불과 2주 만에 일본에게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발표 등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 대한 야당의 비판이 거센 가운데 정부의 부담도 커지게 됐다. 정부는 교과서 역사 왜곡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지만 시정 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가까우면서 먼 나라다. 마음도 가까운 이웃이 돼야 미래로 함께 나아갈 수 있다. 일본이 또 다시 한국을 정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일본은 한국을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행동해야만 두 나라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 망언과 교과서 역사 왜곡이 아닌 사과하고 반성하는 자세가 두 나라를 진정한 이웃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루스 베네딕트는 저서 '국화와 칼'에서 호전적이며 온순한 일본의 이중성을 지적했다. 더 이상 일본의 두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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