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택시기사가 뽑은 포항10味 맛집] <1>구룡포 ‘대게나라’ ‘대게본가’

갓 잡아온 싱싱한 대게…쫄깃쫄깃한 맛에 탄성

뭐라해도 요즘 여행 트렌드는 음식이다. 여행객은 맛있는 식당을 가기 위해 몇 시간의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해 매일신문과 포항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포항을 대표하는 10가지 맛 '포항 10味(미)'를 설문조사했다. 대게·과메기·소머리곰탕·물회·등푸른막회·해신탕·아구탕·조개구이·산채비빔밥·모리국수가 선정됐다. 10味에 대한 시민들의 문의가 많아 이번에는 개인택시 포항시지부 회원들에게 물어 각 음식별 최고 식당 2곳을 선정했다. 택시기사 300명이 추천하는 '관광객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맛집'을 소개한다.

찜통에서 갖 쪄낸 뒤 먹기 좋게 손질된 대게의 뽀얀 속살이 보기만해도 식욕을 자극한다. 신동우기자
찜통에서 갖 쪄낸 뒤 먹기 좋게 손질된 대게의 뽀얀 속살이 보기만해도 식욕을 자극한다. 신동우기자

〈1〉구룡포 '대게나라' '대게본가'

맛집 소개의 시작은 '대게'이다.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포항으로서는 대게야말로 지역을 대표하는 맛 중의 으뜸이다. 6월부터는 산란기 보호를 위해 금어기에 들어가니 지금이 대게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다. 포항 구석구석 대게식당이 즐비하지만, 경북 동해안 최대 어항인 남구 구룡포읍은 초입부터 빼곡히 대게 거리가 형성돼 있다. 30여 개가 넘는 식당들 모두 바로 앞 어항에서 가져온 싱싱한 해산물과 대게들로 수족관을 가득 채우고 배고픈 여행객들을 정신없이 홀린다.

◆자연산 풀코스로 즐기는 대게의 시작과 끝

많고 많은 대게식당 중 택시기사들이 꼽은 첫 번째 맛집은 어디일까. 영광의 1등은 구룡포 초입의 '대게나라'가 차지했다. 구룡포읍 행정복지센터를 지나 몇 백m 안으로 들어서면 뜬금없이 큰길가에 식당이 있다.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초입에 위치한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초입에 위치한 '대게나라'. 신동우기자

수족관을 보면 생각보다 작은 크기의 대게들에게 조금 실망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정말 대게에 무지한 태도이다. 이곳의 대게는 대부분 연안대게이다. 선장인 남자 사장이 직접 배를 타고 잡아온 것들이다. 먼 바다에서 잡아온 것보다 크기는 작지만, 탄탄한 식감과 특유의 단맛은 그만큼 귀한 연안대게의 풍미를 실감케 한다.

사람 좋은 미소를 띤 여사장이 대게를 곱게 손질하고 있는 동안 앞서 깔리는 밑반찬에 벌써부터 탄성이 나온다. 자연산 소라와 가자미회 등 이미 왠만한 일식집 정식 수준이다. 일반 대게식당보다 오히려 싼 가격에 이만한 퀄리티라니, 본 메뉴인 대게가 이상하지 않을까 슬쩍 의심마저 든다.

김우용(58) 대게나라 사장은 "내가 추천한 대게는 명예를 걸고 보장한다. 질이 떨어지면 아예 손님께 양해를 구하고 다시 쪄서 내놓는다"며 "직접 잡아오니 싸고 넉넉히 대접할 수 있다"고 가슴을 탁 친다.

대게나라의 백미는 대게를 양껏 즐기고 나오는 후식이다. 게장을 덤뿍 넣어 볶은 밥과 함께 생물 아귀탕이 달아서 나온다. 메뉴판에도 없이 일부러 끓여 내놓는 서비스이다. 20여년 전 싼값에 제공하다가 이제는 일부러 찾는 단골손님 탓에 어쩔 수 없이 아귀탕 서비스를 고수하고 있다. 팔지도 않는 홍게를 택배 손님에게 덤으로 주기 위해 들여놓는 사장 내외의 후한 인심에 절로 박수가 나온다.

구룡포
구룡포 '대게본가'의 하오영 사장이 당일 아침 공수해온 대게를 수족관에서 꺼내 자랑스레 내보이고 있다. 신동우기자

구룡포에서 좀 더 럭셔리한 대게 코스를 즐기고 싶다면 두 번째 순위로 뽑힌 '대게본가'를 추천한다. 첫 번째 가게에서 읍내로 약 1㎞ 들어간, 일본인 가옥거리 인근이다.

치즈구이부터 다리회, 찜, 튀김, 탕, 볶음밥 등 대게로 즐길 수 있는 모든 음식이 다 있다. 구룡포 토박이에다가 어릴 적부터 대게 유통업을 해온 하오영(62) 사장의 안목으로 당일 가장 좋은 대게만을 엄선한다.

1인당 10만원에서 14만원까지의 대게코스에서 마지막 라면은 정말 특이하다. 흔히 라면수프에 껍데기만 넣은 그런 것이 아니다. 따로 대게를 넣은 탕에 라면사리를 넣어 즐기는 방식이다. 시원한 국물 맛에 하루쯤 다이어트를 잊어버린다고 해도 책임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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