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한-일 관계 파탄을 바라는 사람들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16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강제징용 문제가 타결되더라도 한일의 역사적 갈등은 치유되기 어렵고, 오히려 두 나라 국민의 적대감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일본 내 반한(反韓) 감정이 높아질 수 있다'며 그 이유로 '징용 문제가 타결되면 일본이 반도체 수출 규제를 철회하는 등 한국에 특혜를 제공해 일본 기업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대(對)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해제로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 모두 득을 얻지, 일본 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는다. 일본 국민의 반한 감정을 자극하려는 중국의 꼼수일 뿐이다.

조선은 500년 동안 가난하고 허약했다. 지도층의 무능이 주원인이었지만, 중국의 통제 탓도 컸다. 해방 이후 한국은 해양세력(미국·일본)과 손잡으며 비로소 가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1965년 한일 국교 회복 이래 약 50년 동안 한일, 한미일 간 긴밀한 협력 속에 우리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 결과 한국은 반도체·석유제품·철강·자동차·조선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세계 6위 무역 대국으로 성장했다. 중국과 손잡았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징용 문제 해법 인식은 판이하다. 2012년 대법원 판결로 한국은 '개인 청구권이 살아 있다'는 입장이고, 일본은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보상이 끝났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의 '징용 해법'은 양립할 수 없는 두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고육책이다.(더 나은 해결책이 있다면 물론 더 좋을 것이다.) 윤 정부의 결단에 의아함을 느끼는 독자들은 '일본이 아닌 한국이 왜 배상금을 줘야 하는지' 답을 찾아보시기 바란다. 금방 알 수 있다.

반일(反日)로 먹고사는 자들, 한국 좌파와 친중·친북 세력, 북한과 중국은 한일 간 협력을 원치 않는다. 이들은 한미일 협력으로 한국이 강해지는 것에 반대한다. 중국과 북한을 응원하기에 이들은 한미일이 반목해야 기뻐한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고육책에 '친일' '굴욕' '매국' 프레임을 씌워 반일 감정을 부추기고, 한일 관계를 파탄 내고자 열 올린다.

징용 문제가 쟁점이 되자, 2019년 1월 일본은 양자 협의를 제안했다. 문재인 정부는 거절했다. 이에 일본이 중재위원회 설치를 제안했지만 이 역시 거부했다. 일본이 제3국 중재위 설치를 요구했지만 또한 거부했다. 중재위 거부 땐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일본이 밝혔음에도 외면했다. 돌이켜 보면 당시 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엔 일말의 관심도 없었고, 오히려 이를 빌미로 한일 관계를 파탄 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도가 없었음에도 그런 태도를 취했다면 바보 천치라고 할 수밖에.

한일 정상회담 후 일본 주요 언론들이 '새 시대의 한일 관계를 구축할 좋은 기회'라고 평가하면서도 '한국의 정권이 교체되면 (위안부 합의처럼) 합의가 파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본 내에 강하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윤 대통령이 한국 원고 측과 국민에게 정중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한 진보 매체는 이를 '면죄부 받은 일본, 한·일 관계에 한국 정부가 더 노력해야'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혐한(嫌韓)으로 먹고사는 일본 극우와 마찬가지로 반일(反日)을 부추겨 먹고사는 것이다. 한일 관계가 파탄 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한국 좌파와 일본 극우, 중국, 북한은 한통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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