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3시 30분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투기 세력의 표적이 된 대구 달성군 현풍읍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가구를 찾았다. 이 가구는 그동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화장실 벽면이 갈라져 전면 거울이 떨어졌고, 임시로 벽면에 청테이프를 발라놓은 상태다. 원 장관은 벽면을 만져보며 "(해결책을)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달성군 공공임대주택 두 곳에서 연이어 보증사고(매일신문 2월 7일·26일·28일·3월 5일·13일)가 발생하자 정부 차원의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원 장관은 악덕 임대사업자를 처벌하고 임차인들이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원 장관은 공공임대주택을 둘러본 후 지하 1층 커뮤니티센터에서 40분가량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최재훈 달성군수, 이병훈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대행, 권혁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 임차인 대표 2명, 아파트 관리소장이 참석했다.
임차인들은 간담회가 시작되자마자 건설사 부도 등으로 그간 임차인들이 겪은 부당한 상황을 토로했다. 여창준(45) 현풍읍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대표는 "분양 전환을 약속한 지 2년이나 지났지만 소유권 이전을 받지 못했다"며 "이 모든 사태는 정부 지원 받아 지어진 공공건설임대주택을 부실 건설업자가 투기 목적으로 인수하면서 시작됐다"고 호소했다
달성군은 공공임대주택을 대상으로 한 투기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가읍에 있는 공공임대주택(908가구)은 투기 세력의 부도로 임차인 보증금 822억원이 증발했고 10분 거리에 떨어진 현풍읍 공공임대주택(792가구)도 투기 목적으로 접근한 민간 건설사로 인해 같은 피해가 반복됐다.
박대규(54) 유가읍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대표는 "달성군과 국토부, 주택도시보증공사에 꾸준히 이야기했지만 서로 모른다며 기관끼리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원 장관은 "법에 구멍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짚어보고 있다"며 "유사한 사례에서 기소된 사례들을 수집해 정부 차원에서 경찰, 검찰과 다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최재훈 달성군수도 "공동주택 관리기금 등 군청에서 할 수 있는 지원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토부 등 관계기관이 모인 오늘을 기회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시설 보수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부실 임대사업자가 지난해 8월부터는 장기수선충당금을 내지 않아 각 세대의 화장실 타일 보수뿐만 아니라 공용 시설인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등도 수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5년간 근무하며 임차인들의 고통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해 온 박희천(68) 현풍읍 공공임대주택 관리소장은 "담당자들이 듣기 좋은 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문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혁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지금 임차인들이 내고 있는 임대료를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임대료를 활용해 수선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게 된다면 이 사업장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문제에 관해 이병훈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대행도 "이 문제를 지난주 금요일에 보고 받아 관련 법률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 장관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법무부, 경찰청, 법원과도 협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며 "국토부, 주택도시보증공사, 달성군은 임차인들과 같은 편이 되어 이 사안에 대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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