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풍경이야? 라고 반문할 수도 있고, 굳이 풍경으로 보이는 부분을 찾으려 노력할 수도 있다. 박경아 작가가 강렬한 색채와 거친 붓터치로 담아낸 '풍경' 얘기다.
작가가 그려낸 풍경은 사실적인 풍경이 아닌 정서적, 심리적 풍경에 가깝다. 우리가 실제로 보는 풍경 대신, 어느 시점의 상황과 감정이 투영돼 풍경과 유사한 이미지 혹은 풍경을 연상하게 하는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 그래서 어떤 풍경은 우울함이, 또다른 풍경은 쓸쓸함 혹은 외로움이 느껴진다.
작가는 작업 초기부터 자신의 감정을 풍경에 투영해왔다. 1998년 독일 유학시절부터 줄곧 숲이나 창 밖, 창에 비친 풍경을 통해 내면의 감정들에 형상을 부여한 서정적 풍경을 그려왔다. 귀국 후 2009년 갤러리분도 전시에서 선보였던 '내 안의 창' 시리즈도 마찬가지. 창문과 커튼을 모티브로 희뿌연 풍경으로 그려낸 작업은 당시 그녀의 감정을 담은 자화상과 다름없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고 있는 '워크(Walk)' 연작은 그가 2020년에 시작해 이어오고 있는 '풍경인 듯 풍경 아닌 풍경'이다.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구성한 것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떠오른 심상을 즉흥적이면서 긴박한 움직임으로 담아냈다.
그래서 그가 그려낸 풍경은 삶 그 자체이기도 하다. 작가는 "그리는 것은 매일을 살아가는 것과 같다. 물감을 바르고 흘리고 다시 겹치는 과정은 종종 무질서하고 흐려지는 삶의 순간을 닮았다.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고 살아내야 하는 우리 삶과 닮았다. 인생이란 결국 잠시 산책 나온 듯 뚜벅뚜벅 걸어가는 여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석모 미술사학자는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워크 연작은 표현주의적 특징을 강하게 내비친다. 이러한 표현주의적 회화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술가의 자기내면성과 주관적 표현성이 작품 깊숙이 내재돼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그의 작품은 기억에 새겨진 감정에 관한 것으로, 풍경을 떠올리는 이미지에 그것을 투영 혹은 은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경아 작가의 개인전 '풍경으로 그려진 풍경 너머의 심상(Landscape from my mind)'는 4월 7일까지 갤러리분도(대구 중구 동덕로 36-15 3층)에서 만나볼 수 있다. 053-426-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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