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팬텀싱어4'가 돌아왔다. 2020년 시즌3가 방영된 후 3년만의 귀환이다. 크로스오버 남성4중창단을 목표로 하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목말라했던 시청자들은 반색하고 있다. 훨씬 더 막강해진 실력자들이 시작부터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된 '귀 호강' 오디션
보컬 오디션에도 어떤 급이 있다면 아마도 '팬텀싱어'는 그 끝판왕이 아닐까. 성악, 뮤지컬, 국악, K팝 보컬을 망라해 한 무대 위에 올리는 '팬텀싱어'라는 오디션은 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을 '크로스오버'라는 틀로 묶어냈다.
어느 정도 나이가 지긋한 중년들이라면 '파바로티와 친구들(Pavarotti&Friends)'라는 명반이 떠오를 것이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스팅이나 수잔 베가, 퀸의 브라이언 메이, 밥 갤도프, 빠트리샤 카스 등의 친구들과 함께 한 성악과 팝의 크로스오버. 또 플라시도 도밍고와 존 덴버가 불렀던 'Perhaps love'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고, 가깝게는 임형주 같은 팝페라 가수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게다. 성악 같은 클래식 베이스의 음악들이 주는 '천상의 보이스'가 훨씬 대중적인 팝 음악과 만났을 때 생겨나는 경계를 넘는 즐거움이 바로 크로스오버의 묘미이고 '팬텀싱어'는 이것을 오디션이라는 형식으로 묶어 다양한 조합의 매력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2016년 시즌1을 시작으로 2017년 시즌2, 그리고 2020년에 시즌3가 방영된 후 비대면이 요구됐던 코로나19 기간에는 2021년 '올스타전'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그리고 드디어 엔데믹 분위기와 더불어 2023년 3월에 시즌4가 돌아온 것. 매 시즌 배출한 팀들은 이미 대중들에게 알려져 저마다의 팬덤을 가질 정도로 성장했고, 그래서 개별적인 콘서트들이 성황이다.
시즌1의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고훈정, 김현수, 손태진, 이벼리), 인기현상(곽동현, 박상돈, 백인태, 유슬기), 흉스프레소(고은성, 권서경, 백형훈, 이동신), 시즌2의 포레스텔라(강형호, 고우림, 배두훈, 조민규), 미라클라스(김주택, 박강현, 정필립, 한태인), 에델라인클랑(김동현, 안세권, 이충주, 조형균), 시즌3의 라포엠(박기훈, 유채훈, 정민성, 최성훈), 라비던스(고영열, 김바울, 존노, 황건하), 레떼아모르(길병민, 김민석, 김성식, 박현수)가 그 팀들이다.
각 시즌 별로 우승팀이 가려졌지만 마지막 톱3까지 오른 팀들은 대부분 팬덤을 가진 팀이 되어 독자적인 앨범도 발표하고 공연도 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사실상 국내에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어 준 게 '팬텀싱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들은 각자 개인 활동(뮤지컬 배우들은 뮤지컬 공연을 하는 식의)을 하다가도 공연이나 특정 프로그램이 생기면 함께 활동함으로써 각자가 갖고 있던 영역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은성이나 박강현은 자신들이 출연하는 뮤지컬의 중요한 티켓 파워로 떠올랐고, 고영열 같은 국악인은 국악의 대중화에 앞장서게 됐다. 손태진은 최근 TV조선 '불타는 트롯맨'에서 우승을 차지해 성악 베이스로 트로트 영역까지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유채훈은 최근 콘서트를 통해 성악 이외에 팝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니 이미 크로스오버의 저변이 넓혀진 마당에 새로 시작한 '팬텀싱어4'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대 그 이상을 보여준 출연자들
이러한 기대 속에서 뚜껑을 연 '팬텀싱어4'는 기다림이 결코 아깝지 않은 출연자들을 보여줬다. 기대는 시청자들만 한 게 아니었다. 출연자들 역시 그간 시즌을 이어온 '팬텀싱어'를 보며 출연을 갈망하고 있었다는 게 그 굉장한 이력의 면면들을 통해서 확인될 수 있었다.
일단 해외파 성악 전공자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국내 1호 카운터테너로 불리며 월드클래스 경력의 소유자인 이동규와 알토의 음역대를 가진 카운터테너인 한국 최초의 콘트랄토 오스틴킴, 비엔나 유학생 이한범, 조수미의 피아니스트로서 독일 뮤지컬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영, 파리에서 온 낭만테너 서영택, 동양인 최초 빈 국립음대 강사 출신 안민수, 이탈리아에서 온 풀파워 테너 림팍 등이 그들이다. 이처럼 해외파 성악 실력자들이 대거 출연한 건 여러모로 '팬텀싱어'가 그간 만들어왔던 클래식의 대중화에 대한 공감 때문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대중들에게 다소 낯설거나 어려운 장르로 여겨졌던 성악이지만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배출한(?) 성악가들은 훨씬 친 대중적인 면을 갖게 됐고 인기와 팬덤도 가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들이 얼마나 대중과의 접점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팬텀싱어'의 특징일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실력자들도 눈에 띄었다. 첫 회에 등장했던 뮤지컬 배우 홍준기는 작은 키의 소유자지만 무대 전체를 꽉 채우는 노래와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창극 배우 김수인은 고영열의 뒤를 잇는 새로운 소리꾼의 면모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또한 세무사지만 만만찮은 록 스피릿을 보여줘 시즌3의 강형호를 떠올리게 한 김광진이나, 이미 출연자들 사이에서도 유튜브 영상을 통해 연예인급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실제로 놀라운 무대를 선보인 뮤지컬 배우 임규형, 또 대기업 출신이지만 사표를 내고 뮤지컬에 뛰어든 윤현선도 빼놓을 수 없다.
결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힘은 탄탄한 출연진들로부터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2회까지만으로도 기대하게 만드는 실력자들을 대거 소개한 '팬텀싱어4'는 이미 절반의 성공이라고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한 자리에 다양한 분야에서 저마다 한 자락씩 하는 실력자들이 모일 수 있었던 건 그간의 시즌들이 쌓아놓은 신뢰 덕분이 아닐 수 없다.

◆진짜 묘미는 시작도 안 했다
중요한 건 아직 크로스오버 4중창단을 목표로 삼는 이 여정의 묘미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각각의 서로 다른 분야에서 갈고 닦아온 목소리들이 1대 1 대결을 벌이고, 나아가 듀엣에서부터 트리오를 거쳐 드디어 4중창 팀으로 묶여지면서 완성되어갈 그 여정들이 앞으로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악과 성악이 섞이고, 팝과 성악이 또 뮤지컬과 성악, 팝이 뒤섞이는 그 과정에서 만들어질 퓨전의 묘미가 그 하나라면, 경쟁자였던 이들이 때론 한 팀이 되어 극강의 하모니를 보여줄 때의 그 반전의 묘미가 또 하나다.
크로스오버라는 퓨전이 가진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부분들을 대중들에게 보다 쉽고 집중력 있게 풀어주는 역할은 프로듀서들이 맡았다. 사실상 심사위원의 다른 말이기도 하지만, 이들 프로듀서들은 첫 무대에서부터 출연자들의 목소리를 4중창단의 한 구성으로서 바라보고 그 조합을 그려나간다. 그 과정을 심사를 통해 이야기해줄 때, 시청자들은 국악이나 성악, 뮤지컬 같은 각각의 장르들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 분야마다 다른 발성법 같은 디테일을 알게 됨으로서 음악을 더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그 역할 수행자로서 프로듀서 구성도 균형있게 맞췄다. 윤종신과 규현이 팝의 관점에서 무대를 본다면, 김문정과 박강현은 뮤지컬 출신자들을 보다 깊게 들여다본다. 특히 가장 어려울 수 있는 성악 분야에 새로이 참여한 피아니스트 김정원과 더불어 첫 시즌부터 참여했던 손혜수의 세세한 발성까지 체크해주는 거의 강의에 가까운 심사는 이 프로그램 프로듀서들 중 가장 두드러진다.
과연 '팬텀싱어4'는 역대 시즌들이 만들어낸 크로스오버 스타들처럼 이번 시즌에도 여러 스타 팀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팬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좋은 재료가 좋은 음식의 첫 걸음이듯이, 이미 오디션을 공연장으로 바꿔놓은 좋은 출연자들을 선보인 '팬텀싱어4'가 내놓을 귀호강 무대들에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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