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62> 모순

양귀자 지음/ 쓰다 펴냄

양귀자 지음/쓰다 펴냄
양귀자 지음/쓰다 펴냄

이 사람과 결혼하고야 말겠어, 라는 결심은 언제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평소 궁금했던 질문이라 주변 여럿에게 물어봤다. 결혼할 나이가 되어서, 이 사람은 믿을 수 있어서, 그때 눈이 삐어서…. 갖가지 답변을 들은 뒤 결혼의 동기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았다.

'모순'은 주인공이 결혼 상대를 고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안진진의 고민은 단순하고도 어려운 문제다. 사랑과 안정, 둘 중의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누구와 결혼하는 게 맞을까?

안진진은 무난하다면 무난하고 특이하다면 특이한 가정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시장에서 내복을 팔지만, 어머니와 똑같이 생긴 일란성 쌍둥이 이모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기분 내킬 때 조카 안진진과 데이트를 즐긴다.

이러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안진진은 누구와 결혼하느냐는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이리저리 고민한다. 얼굴이 똑같은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결혼 상대에 따라 인생이 엇갈린 엄마와 이모. 그들의 인생을 바라본 안진진의 선택은 책의 끝자락에 다다라서야 알 수 있다.

나는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취향의 흔적을 밟아가는 것을 즐거이 한다. 친구가 좋아하는 책을 말해준 덕분에 『모순』과 만날 수 있었다. 처음 책을 덮었을 때는 소설의 이야기가 그저 갑갑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이 결혼 상대를 고르는 일이라는 것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책이 출판된 지 25년이 지났으니 안진진이 살던 시대와 내가 살아가는 지금 사이에는 틈이 존재했다.

두 번째로 모순을 읽었을 때는 안진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겉으로 보기에 그저 결혼 상대를 고르는 이야기였지만 주인공이 고민하는 과정과 선택에 관하여 이해시켜 주는 과정이었다. 같은 책을 두 번째 읽고 난 뒤에서야 내가 지니고 있었던 고정관념과 편견을 접어두고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평범한 사람을 이해해보면서 우리는 주변 사람을 배려하고 따스하게 지켜봐 줄 수 있는 다정함을 쌓는 것 같다. 곁을 돌아보기에 내가 너무 바쁜 때를 살고 있더라도 소설을 통하여 희망을 얻는 경험을 할 수도 있고.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거나 절절한 감정을 느끼는 소중한 순간들이 모여 삶을 다채로이 물들여가는 게 아닐까.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활자를 통해 타인과 함께 살아가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 같다. 후에도 타인을 이해하고 싶게 만드는 책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유정 경상북도교육청 삼국유사군위도서관 사서
이유정 경상북도교육청 삼국유사군위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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