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정렬의 글로컬 시대의 생존과 협치] 구미와 김천이 상생하는 지역발전전략

김정렬 대구대 교무처장
김정렬 대구대 교무처장

경부고속철도 역사인 김천구미역과 천안아산역은 도시가 결합된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2004년 천안아산역이 영업을 시작한 이후 양 단체는 100만 특례시를 표방한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통합을 시도해 왔다.

2018년부터 역사 인근에 조합 형태로 천안아산상생협력센터를 설치해 도서관, 교통정보 등을 공동으로 운영했다.

충남을 대표하는 연담도시인 천안과 아산의 통합은 충청권 메가시티 구상도 자극할 것이다.

김천구미역이 2010년 개설되면서 구미의 산업단지와 김천의 혁신도시를 연계하는 발전구상이 등장했다.

하지만 양 도시의 교류를 가늠하는 척도인 연계교통망이 부족하다. 또 다른 고속철도 역사 유치를 두고 벌이는 각자도생 전략도 우려스럽다. 역사 명칭을 초월해 화학적 결합의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북권 통합의 적지인 안동·예천도 유사한 실정이다. 통합의 청사진과 실행력이 미약해 실현가능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인구 500만 내외로 시도를 통합하는 메가시티 건설과 더불어 압축도시를 구현하는 시군구 통합도 병행해야 한다. 우리 지방자치는 수직적 통제에 기반한 다층제 방식을 채택해 왔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의 역량이 증진되면서 초광역 연합체와 지역별 거점도시가 주목을 받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의 존재감이 약한 영미는 메가시티를 중시해 왔지만 기초자치단체가 협소한 유럽과 일본은 압축도시에 착안해 왔다.

구미와 김천의 재도약은 연결침에 해당하는 김천혁신도시의 강화에 달려있다. 두 도시는 포항처럼 제조업 플러스 알파를 추구해야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재계 인사들의 잇단 구미 방문으로 지역민들의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삼성전자 구미기술센터 등을 유치하면 제조업 부활의 단서를 마련할 것이다. 그러나 구미가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반도체 특화단지는 물론 김천의 교통물류와 문화관광을 수혈해야 한다.

구미는 차로가 협소하고 트럭이 질주하며 보행로가 단절되는 공단도시의 이미지를 탈피해야 신성장동력의 유치와 MZ세대의 정주가 촉진될 것이다. 구미의 생태경쟁력을 보충하는 숨터인 금오산의 재발견도 필요하다. 금오지는 데크 산책로를 따라서 저수지와 산자락을 느끼는 매력적 장소이다.

구미는 경부고속도로가 관통하는 도시이다. 금오산성을 품은 산악으로 인해 낙동강 쪽으로 동진했다.

강변에는 대구시와 공동활용을 논의하던 해평취수장을 비롯해 구미캠핑장과 신라불교초전지가 시민행복을 책임지고 있다. 경상북도는 성장의 3대 변수인 노동, 자본, 기술에 각기 특화한 경제진흥원, 신용보증재단, 테크노파크 등 삼각편대로 구미공단을 방어해 왔다.

하지만 중앙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산발적 지원을 남발하면 좀비기업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

구미와 상생할 김천의 강점은 사통팔달 교통망이다. 영남에서 한양으로 향하던 김천 추풍령은 죽령과 조령을 압도했기에 전주처럼 영남제일문으로 부상했다.

삼도봉 자락 나제통문을 통해서는 영남-호남-충청 간의 교류가 이루어졌다. 접속도시 김천의 가치를 증진하는 물류산업의 강화에도 주력해야 한다.

혁신도시 건설로 증가하던 김천의 인구는 아직 14만에 미달하지만 구미와 통합할 경우 55만으로 경북의 수위도시로 부상한다. 원도심 슬럼화와 혁신도시 쏠림이 유발한 격차구조도 심각하다.

일반철도 김천역과 고속철도 김천구미역의 경쟁력 차이를 반영한다. 혁신도시에는 한국전력기술을 비롯해 고층빌딩이 들어섰지만 구도심은 벽화마을이 명소로 등장했다.

김천의 재도약 비전은 힐링과 기술을 결합해야 한다. 인구감소나 지방소멸을 피하기 위해서는 남부내륙철도는 물론 동서횡단철도가 필요하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는 변방의 소도시지만 자연, 레저, 문화, 교육 등이 공존한다. 변방의 소도시가 고속철도 역사와 유럽연합 의회를 앞세워 첨단기술도시로 도약한 모범사례에 착안해 구미가 열망하는 첨단산업단지는 김천구미역 인근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김천 구도심과 직지사 구간에는 포도산업특구가 포진해 있다. 샌프란시스코 와이너리 투어와 유사한 6차산업의 활성화도 기대된다. 직지사가 배출한 승병장 사명대사를 기리는 테마공원도 힐링의 명소이다. 직지사 사명대사길에서 부항댐 둘레길을 경유해 청암사 인현왕후길을 연계하는 명소화 구상도 창의적이다.

다크투어의 적지인 부항호에는 둘레길을 비롯해 레저시설이 들어섰다. 2002년 태풍 루사가 촉발한 피해로 시작된 댐 공사는 2016년 완공되었다. 다목적 댐이 조성되자 수변공간에는 출렁다리와 짚와이어가 들어섰고 생태휴양펜션도 개장했다. 물론 남해안의 케이블카 운영단체들이 레드오션의 함정에 빠진 일에는 유의해야 한다.

김천이 문화관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볼거리를 추가해야 한다. 경관이 우수한 무흘계곡이나 온돌을 품은 방초정도 유력한 후보이다. 합천과 거창이 문화유산 해인사와 수승대, 관광단지 합천호와 황산마을, 생태거점 가야산소리길과 거창창포원 등을 결합한 일을 학습해야 한다.

과일브랜드 "김천앤"을 강화해 포도-자두-호두로 대표되는 지역특산물의 가치도 극대화시켜야 한다. 매년 10월 10일 삼도봉 축제를 개최하는 김천-무주-영동이 백두대간을 테마로 공동의 과일브랜드를 창안하거나 연계관광 루트를 고안해야 한다. 지역의 특성을 스토리텔링해 한국을 대표하는 다크투어와 슬로시티로 거듭나야 한다.

대구경북 메가시티의 동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압축도시 기반의 연담도시가 실현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상생발전 노력을 지속해야 시민들이 통합의 당위성과 진정성에 공감할 것이다. 구미와 김천이 공조해 경상북도나 중앙정부로부터 가시적인 정책지원 성과를 확보한다면 시민들의 우려가 기대로 전환될 것이다.

김정렬 대구대 교무처장, 자치경찰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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