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 세계 트렌드에 역주행, 워라밸 무시하는 우리나라 근무시간

美 NBC "팬데믹 이후 전세계적 흐름의 일부…'워라밸' 부상"
적게 일하거나 그만두자는 의미의 ‘조용한 사직’, ‘대퇴사’ 신조어 등장

7일 서울 도심에서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서울 도심에서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에서 꺼내든 '주 최장 69시간' 근로를 골자로 한 노동법 개정안이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 흐름과도 맞지 않아, 해외에서도 뭇매를 맞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젊은 층과의 소통을 통해 다시 논의한 후 좋은 방안을 내놓아라고 지시했지만, 이미 큰 흐름을 잘못 짚었다. 주4일제, 30시간 근무를 도입하는 추세인데, 주 69시간 또는 60시간은 후진국형 노동국가를 자처하는 셈이다.

미국 NBC 방송은 "한국에서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이 젊은 노동자들의 극심한 반발을 불렀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BC는 이 과정에서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과 관련한 세대 간 논쟁도 촉발됐다면서, 이러한 현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의 일부라고 진단했다.

일을 적게 하자는 의미에서의 신조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에선 맡은 일만 최소한으로 소화하는 직장인을 가리키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자발적 퇴직이 급증하는 추세를 의미하는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 등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NBC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더 짧은 근무시간이나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많은 노동자가 임금을 벌기 위한 노동에 지배되는 과거의 삶으로 돌아갈 의향이 있는지 재고하고 있다"고 풀이한 후, '악명 높은 장시간 노동의 일중독 문화'가 있는 한국의 경우 과도한 노동과 관련한 우려가 특히나 심각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 근로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 1천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많다. 미국과 프랑스 근로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각각 1천791시간과 1천490시간이다.

장시간 노동의 폐해도 사회병리 현상을 낳고 있는 측면도 강조했다. NBC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구 10만명당 26명), 합계 출산율이 지난해 기준 가임여성 1명당 0.78명으로 세계 최저인 것을 언급하면서 "일중독(Workholic)이 공중보건 측면에서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NBC는 20∼30대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런 일중독 문화에 저항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고, 결국 한국 정부는 21일 '주 52시간 근로제'를 유연화하되 60시간 이내로 상한선을 둬야 한다는 수준으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측면도 보도했다.

한편, 이달 14일에는 호주 ABC 방송이 이와 관련한 논란을 전하면서 과로사를 발음 그대로 'kwarosa'로 표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